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위한 은행권과의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용대출이 코로나19와 불황 속에서 향후 가계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당국은 생계용 신용대출도 있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우회 수단 등을 발라내 ‘핀셋 규제’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용도를 알 수 없는 깜깜이 대출도 많아 자칫 자영업자,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에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4일에는 5대 은행 부행장(여신 담당 그룹장급)과 화상 회의를 통해 신용대출 급증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10일에는 은행 대출 관련 차·과장급 실무자들과 회의도 가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 기준 등의 자료를 은행들에 요청하고 신용대출 급증 동향 등을 파악하는 회의였다"고 전했다.
저금리 지속으로 최근 신용대출은 급증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달 10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5조4172억 원이다. 이는 지난달 말 집계 당시 잔액(124조2747억 원) 대비 8영업일 만에 1조1425억 원이나 더 불어났다. 이같은 추세라면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 신용대출 증가폭(4조755억 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생계형 용도가 아닌 신용대출에 어떻게 핀셋형으로 규제를 가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부동산·주식 투자 자금 수요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살림살이에 생활자금을 신용대출로 메우는 가계도 있는 탓이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신용대출이 많은 점도 고민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증권 계좌 샘플, 규제지역 주택 매매의 자금 조달계획서 등을 분석한 결과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우회 자금이나 주식시장으로 흘러갔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우선 금융당국의 핀셋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우회 용도를 규제하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 속에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의 우회로로 활용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범위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넓히거나 비율을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후 3개월 안에 신용대출도 받으려는 차주에게 대출 용도를 확인하는 규정을 적용 중인데 3개월 기한을 넓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