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논란에 보완책을 잇따라 내놓았는데도 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를 임대로 놓은 임대사업자들은 갑작스런 제도 폐지로 기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세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민간 임대사업자가 존재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인 법 적용에 나선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입법예고에 나선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홈페이지 게시물에는 150여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법령 개정안에 수백 개의 댓글이 게재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댓글의 대부분은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세놓은 임대사업자들이 단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민간 등록임대주택 제도가 폐지되는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 등을 꾸준히 제기해왔는데도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당초 재개발·재건축 주택 임대사업자들은 등록한 집이 정비사업으로 멸실(철거 등으로 건축물이 없어지는 것)되더라도 주택 준공 후 재등록하는 방식으로 세제 혜택을 위한 임대 의무기간(4년·8년)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민간 임대사업자 제도가 지난달 폐지되면서 새 아파트 준공 이후 임대사업자 재등록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임대 의무기간도 채울 수 없게 됐고, 거주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됐다.
또한 기존에 거주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은 경우라도 멸실로 인해 임대 의무기간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내지 않아도 될 양도세를 고스란히 토해내야 할 판이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보유 중인 임대사업자 김 모씨는 "2001년 샀던 집을 팔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아 임대주택으로 전환했고, 그 사이 조합 설립이 됐다"며 "신축 아파트로 완공될 때까지 팔 수도 없는 상황인데,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로 임대 의무기간을 못 채우게 되면서 마땅히 받아야 할 세금 혜택을 못받아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들 임대사업자는 정부가 등록 임대주택과 관련, 특정 사안에 대해선 세제 보완책을 내놓은 것을 두고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달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에 따른 임대주택 세제 지원 보완조치'를 발표하며 기존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해 임대 의무기간의 절반만 채우면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고 거주주택에 대한 양도세도 비과세하기로 했다.
또한 임대 의무기간을 채우기 전 자진해서 등록말소하는 경우에도 그간 감면해 준 세금을 추징하지 않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의 빠른 주택 처분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재개발 구역 내 빌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임대사업자 이 모씨는 "임대사업자들에게 보완 조치로 혜택을 주면서 재개발 임대사업자에겐 직권말소라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면서 "임대사업자에게 멸실·신축 전후의 임대기간을 합산해 세제 혜택을 준다는 국세청을 믿고 임대등록했는데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처럼 불만이 쇄도하고 있지만 예외 적용을 검토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주택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 부여와 관련해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