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임기를 연장하는 절차가 조만간 마무리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오는 10일 3년 임기가 끝난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검증절차를 거치는 다른 공공기관과는 다르게 산은 회장은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결정된다. 임기 만료 직전까지 연임 여부나 후임자 선정 자체가 안갯속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회장의 연임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산은의 중요성이 강조된 연유와 무관치 않다. 금융위는 내년도 예산의 3분의 1수준인 1조5000억 원을 산은 출자에 쓰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 조성되는 뉴딜펀드 등에 사용된다. 금융지원에 연속성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새로운 회장 선임보다는 그간 위기에서 직무를 잘 수행해 온 이 회장을 연임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은 ‘잘해도 본전’인 산은의 수장 자리에서 구조조정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왔다. 취임 초기부터 한국지엠·금호타이어·STX조선해양·동부제철 등 굵직한 구조조정 안건을 마무리했다.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해 골칫거리로 남았던 대우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에 합병하는 방식으로 매각에 성공하면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산은 내부에서도 “이 회장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진행했다.
임기가 막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선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직접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때만 하더라도 구조조정 적임자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 상황이 달라지고 매각도 최근 난항을 겪었다. 연임 이후에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두산중공업과 대한항공 등도 남아 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산은의 체질개선에도 힘을 써왔다. 산은이 그간 구조조정 문제 해결에만 치중하면서 정작 산업을 육성하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이곳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하고 산은은 은행의 역할을 수행토록 했다. 구조조정 문제에 관심이 집중될 때도 이 회장은 줄곧 “산은의 다른 업무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언급할 정도로 체질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산은은 26년 만에 연임하는 수장이 탄생했다. 1954년 설립된 이후 산은의 수장이 연임하는 사례는 구용서, 김원기, 이형구 총재 등 3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