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 협력사와 상용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인력 감축에 나섰다. GM과 BMW 등 세계 완성차 업계도 연이어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산업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수요와 공급이 모두 위축되자 국내 부품사와 상용차 업체가 먼저 위기를 겪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이미 저수익 구조가 이어졌고, 완성차 업체보다 사업 규모도 작아 위기에 대응할 기초 체력이 부족해서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달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1차 부품 협력업체 100개사를 조사한 결과, 73개사가 직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고용인원은 지난해보다 2.5% 줄었고, 57개사는 평균 임금도 낮췄다. 100개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2.6% 감소했고, 55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부품사 만도는 2000여 명에 달하는 생산직과 주물사업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희망퇴직을 받기로 3월 말 노조와 합의했고, 트럭과 중장비를 생산하는 타타대우상용차도 이달 말까지 근속연수 1년 미만을 제외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한때 국내 버스 시장을 양분하던 자일대우상용차(대우버스)는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원 85%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대응책이 마땅찮은 변수라 업계 전반이 위기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며 “특히, 전동화 부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어려움이 더 큰 상태”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폭풍이 완성차 업계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GM은 미국에서 4000명 수준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고, 포드도 1만7000여 명을 올해 안으로 감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BMW는 정규직 6000명을 줄이고 계약직 1만 명의 고용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고,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 그룹은 2025년까지 1만5000명을 줄일 계획이다. 토요타 역시 북미 공장에서 5000명을, 닛산은 전 세계 공장에서 2만 명을 일시 해고했다.
전 세계적인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낮아지며 업계가 고정비 감축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선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로 대규모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세계 4위 자동차부품사인 콘티넨탈은 지난해 5000여 명의 인력을 줄이기로 한 계획을 발표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조조정 인원을 3만 명까지로 확대하기도 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감면,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내수에서 선방하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고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 감소세가 지속하는 만큼 불확실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노사 관계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구조조정을 쉽사리 언급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전기차 등 미래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필요성까지 높아지며 국내외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