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10월 서프라이즈’는 없다

입력 2020-09-09 13:56 수정 2020-09-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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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9개 제약사, “안전 최우선” 코로나 백신 조기 승인 거부 서약 -아스트라제네카, 안전성 우려로 임상 최종단계 시험 일시 중단 -미국 등 주요국 백신 이용 속도 경쟁에 제동

미국 대선 레이스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10월 조기 출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9개 글로벌 제약사가 공동으로 성명을 내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승인 거부 선언을 한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임상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긴급 접종을 검토하자 업계 측에서 정치적 움직임을 견제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안전성 우려를 이유로 임상 최종단계 시험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8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화이자, 노바백스, 존슨앤드존슨(J&J), 바이오엔테크, 사노피, 머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글로벌 제약사 9곳은 “백신의 조기 승인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경우에만 승인 신청을 내겠다”며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과학과 안전성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전 세계 규제 당국에 백신 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과학의 무결성 원칙을 준수하겠다”며 “공중보건을 위해 접종을 받은 개인의 안전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할 것”을 다짐했다.

이번 서약은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정치적 이유로 백신 출시를 앞당기려 한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는 5~10년이 걸리는데, 제약업계는 1년 내 개발을 목표로 이례적인 속도로 개발 및 임상 시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백신에 대한 기대가 앞서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임상 3상 시험이 진행되기도 전에 승인을 해 ‘세계 최초 백신’이라고 홍보하며 접종에 나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조기 백신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노동절 유세에서도 “우리는 아주 빨리 백신을 가질 것”이라며 “매우 특별한 날짜(대통령 선거일) 이전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내부에 ‘딥스테이트(미국 정부 내부의 기득권 세력을 뜻하는 음모론자들 용어)’ 일원이 있어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연기하고 있다고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자신의 재선을 막기 위해 대선 이후로 백신 승인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FDA는 8일 트위터에 “정치적 압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며 “안전성과 효능에서 미국민이 기대하는 높은 기준이 달성된 경우에만 승인하겠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미국 내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대선 전까지 백신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올 연말까지 준비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한편 이날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포드대와 공동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시험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혀 안전성 우려를 키웠다. 영국에서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한 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작용을 나타내 전 세계 임상을 일시 중단한다고 한다.

이 여파로 주요 제약업체의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시간 외 거래에서 7% 넘게 폭락했고, 화이자는 전 거래일보다 1.18%, 모더나는 13.19% 각각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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