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국 언론 사이에서는 최근 심심치 않게 노인 정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건강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 지도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글로벌 정치와 경제에 큰 충격과 혼란을 안길 것이 확실하다.
올해 미국 대선 레이스는 이미 두 명의 노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펼치고 있어 최소 4년간은 노인 정치가 계속된다. 그만큼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도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74세인 트럼프는 취임 당시 70세로, 69세인 로널드 레이건을 넘어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당선자가 됐다. 그러나 바이든은 더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재 선두를 달리는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 내년에 취임하면 나이가 무려 78세로 최고령 기록을 다시 깨게 된다. 이렇게 고령인 데다 바이든은 예전부터 말실수를 많이 하기로 유명해 트럼프가 계속해서 ‘바이든 치매설’을 주장하는 계기가 됐다.
유권자들도 바이든이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라스무센이 6월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는 “바이든이 치매에 걸린 것 같다”고 답했으며 14%는 “그의 건강상태를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도 건강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는 자신이 2018년 치매검사를 통과했다고 자랑하면서 바이든도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도 6월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컵을 한 손으로 들지도 못하고, 계단에서 엉거주춤 내려가는 등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노출했다. 이달에는 트럼프가 뇌졸중을 앓고 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의 일정은 살인적이어서 사실 건강한 중장년이라도 감당하기가 싶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80세를 바라보는 두 대선 주자의 모습이 위태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건강을 넘어 근본적으로 이런 노인 정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정가는 노인이 장악한 상태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80세이며 상·하원 지도자 대부분은 75세 이상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지금의 노인 정치는 사실상 젊은 시절 막대한 부를 쌓은 인사들이 이런 자금력과 시간적 여유를 바탕으로 펼치는 금권주의와 마찬가지”라며 “부유한 노인의 손에 집중된 권력은 소외계층을 희생시키면서 오직 노인과 부자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특히 미국과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기후변화는 그 위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젊은 세대의 투입과 아이디어가 시급히 요구되는데, 지금의 노인 정치가 끝나지 않는다면 결국 젊은이들이 고통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이 너무 과도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의 노인 정치가 관록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젊은 리더의 출현을 근본적으로 막는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바꿔야 하지 않을까. 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