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의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한 이는 제주맥주 마케팅실 제주마케팅 전략·기획 파트 윤상진 과장(33·사진)이다. 이번 이벤트는 제주와 제주맥주를 동시에 알릴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
“소비자에게 매일이 여행이 되는, 제주맥주라는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여유와 라이프스타일을 만끽하게 하고 싶었어요.”
윤 과장은 언택트 시대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여행과 여유를 함께 선사하는 동시에 제주맥주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고자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제주 한 달 살기는 한 달 동안 힐링하며 제주살이를 하는 ‘유유자적 한 달 살기’와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근무하며 지내는 ‘일하면서 한 달 살기’ 두 가지 콘셉트에 따라 지원을 받았다. 10만 명의 지원자 중 콘셉트별로 각 2명씩 총 4명 만이 한 달 살기 대상으로 선정됐다. 최종 선발인원들은 지난 달 17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제주에서 생활한다. 한 달간의 여정의 3분의 2를 소화한 지금 선발인원들의 만족감이 높은 것도 윤 과장에게는 보람이다.
이벤트 기획자로 나름의 고충도 있었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지원자가 많았고 10만 건의 지원서 중 선정 대상을 선별해 지원서를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발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동료들까지 그의 업무를 도왔을 정도다.
그는 고심 끝에 △일하면서 한달 살기에 오영은(24)·정은(26) 자매가, △유유자적 한 달 살기에 장금례(여·58), 김도연(남·34)씨가 각각 선정했다. 오영은·정은 자매는 유학을 준비하다 코로나19로 무산된데다 취업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턴십 경험을 위해 사연을 접수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있던 장금례씨는 딸이 대신 접수해 선발됐다. 김도연씨는 코로나19로 무급휴직이 장기화하자 독립 출판을 위해 책을 집필할 목적으로 제주행을 택했다.
윤 과장은 기존 여행 이벤트와 제주살기는 다른 형태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꿈에 그리던 일상을 살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제주 한 달 살기에요. 여행자 라는 기분으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제주에서 하루하루를 살며 매일 특별한 하루를 만들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춘거죠.”
그는 이번 한 달 살기가 제주맥주와 닮았다고 말한다.
“맥주는 술 중에서도 일상과 정말 맞닿아있는 주종이라고 자부합니다. 제주맥주와 함께하면 일상도 곧 여행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특별함을 선사하고 싶었던 것이 한 달 살기로 이어졌지요.”
그는 제주맥주만의 문화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끌어올린 원천이라고 자부한다.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선사할 때 구매로 이어지는 사례를 입사 후 종종 목격했다. 물론 주류 마케팅에 따라붙은 다양한 제약을 피하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 주류기업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특별한 소통방법임을 부인할 순 없다.
그는 제주맥주를 ‘소비자와 함께 커나가는 브랜드’라고 말한다.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기에 소비자에게 무언가 돌려줄 것을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그다. 창업진흥원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한 달 살기’를 시작할 때만해도 이번 이벤트가 소비자를 넘어 지역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상상하지 못했다.
“한 달 살기 숙소를 지원한 숙박업소에 문의가 빗발치고 한 달 살기에 참여한 이들이 방문하는 식당이나 카페가 제주의 또다른 명소로 자리매김했으니 회사와 지역,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됐죠. ”
소통을 중시하는 제주맥주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수제맥주 브랜드로 코로나19에도 불구 올 상반기 매출 148억을 돌파하며 수제맥주 주요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