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변동장 오나...거침없던 기술주 급락에 시장 패닉

입력 2020-09-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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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8% 폭락하며 3월16일 이후 최대 낙폭...아마존과 넷플릭스 모두 4% 이상 하락 등 기술주 일제히 하락

▲미국 증시 주요 지수 변동률 추이. 출처 WSJ
▲미국 증시 주요 지수 변동률 추이. 출처 WSJ
미국 증시 강세장을 이끌었던 주요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6월 이후 최대 폭락장을 연출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07.77포인트(2.78%) 급락한 2만8292.73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25.78포인트(3.51%) 추락한 3455.0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98.34포인트(4.96%) 폭락한 1만1458.10에 각각 장을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지난 6월 11일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000포인트 이상 내리기도 했다. 전날 2월 이후 처음으로 회복했던 2만9000선에서 밀려나면서 장을 마쳤다. 1만2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나스닥도 크게 후퇴했다.

주요 기술 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시장의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애플이 8% 폭락하며 3월16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아마존과 넷플릭스 모두 4% 이상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6.2% 내렸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5.1% 추락했다. 테슬라 주가도 9% 넘게 내렸고 페이스북도 3.8% 빠졌다.

특히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전날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나서 하루 만에 뚜렷한 악재가 없이 폭락한 데 대해 그동안 거침없이 상승한 부담이 표출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술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증시가 고공 행진하는 기현상을 이끌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 등 ‘집콕’이 확산하면서 기술 기업들이 특수를 누린 영향이었다. 이에 신흥 강자들이 시장을 지배하던 전통 강자들을 밀어내는 등 산업계의 판이 증시에서 완전히 뒤집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홀리 맥도날드 베세머트러스트 애널리스트는 “이번 투매는 8월의 상승을 고려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며, 보다 일상적인 시장 여건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면서 “가을에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기술주 조정과 함께 경기회복 둔화 우려가 커진 점도 시장에 부담을 줬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자 수가 전주보다 13만 명 줄어든 88만1000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 95만 명을 밑돌았으며 3월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 이후 가장 적은 수다. 지난달 22일로 끝난 주간까지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 수도 123만8000명 감소한 1325만4000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이번 주 발표부터 계절 조정 방식을 수정하면서, 이전 수치와 비교한 추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여전히 역사적 최고치에 근접해 있어 경기 회복 둔화에 대한 시장 부담을 낮추지 못했다.

경기 회복 둔화 우려에도 미국 정치권의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도 불안을 자극했다.

미국 정부와 민주당이 다시 협상을 시작했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앞으로 몇주 안에 추가 부양책이 도입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면서 단시일 내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업수당 만료로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소비지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태다.

전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50개 주와 5개 대도시 보건당국 관계자들에게 보낸 문건에서 10월 말이나 11월 초, 의료종사자와 고위험군 집단에 대한 백신 배포를 준비하라고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선을 앞두고 백신 개발 및 승인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코로나19 백신이 10월까지 나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시장 혼란을 더욱 고조시켰다.

미국과 중국의 계속된 갈등도 시장에는 부담이다. 전날 미국 국무부는 미국 주재 중국 외교관들의 활동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외교관의 미국 고등교육기관 방문이나 지방 고위 관료 회견 시 국무부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재 중국 외교 공관에서 50인 이상 참석하는 문화행사를 주최할 경우에도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 국무부가 즉시 잘못된 조치를 중단하고, 양국의 정상적인 인적 교류를 방해하는 것을 멈추길 바란다”며 “중국은 앞으로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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