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이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6년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일 내놓은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다. 지금의 인구감소와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가 이어질 때의 추산인데, 정부가 2015년 전망했던 적자전환 시기(2044년)보다 3년, 기금고갈(2060년)은 4년 앞당겨졌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으로 국민연금이 바닥나는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지난 6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사회보장정책 분석’ 보고서는 2040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4년 기금이 고갈한다고 내다봤다.
정부 계산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과 기술발전 등에 대한 생산성 향상 등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지더라도 적자전환을 2043년, 기금 고갈을 2057년으로 겨우 1∼2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현행 연금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불과 20년 뒤 연금의 지속성이 위협받는다는 얘기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의 흐름을 되돌릴 방법은 사실 없다. 연금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보험료를 내는 인구는 줄어든다. 경제성장률도 갈수록 떨어지면서 재정확충 기반은 약화하고 있다. 당장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덜 받는 제도 개혁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 임기 내에 연금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연금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연금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하지만 잠시 추진되는 듯하다가 지금은 기약 없이 표류하는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소득대체율을 45%에서 4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9%에서 12%로 인상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문 대통령의 퇴짜를 맞았다.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는 공약과 어긋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민 세금을 퍼붓지 않고는 실행의 방법을 찾기 어렵다.
복지부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이 과제를 떠넘겼고, 경사노위도 작년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높이는 권고안을 마련했으나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후 연금개혁 논의는 멈춰졌다. 정부도 더 이상의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보험료를 더 걷고 혜택을 줄이는 개혁에 대한 여론의 저항이 큰 탓이다.
그럼에도 연금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다급한 과제다. 연금 체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또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여론이 나쁘다고 해서 회피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과 고통, 연금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지금 코로나19 위기 극복보다 더 급한 과제는 없지만, 연금개혁 또한 조금도 미룰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정부가 빨리 결단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