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8ㆍ4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공급 대상지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어떠한 협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책을 내놨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반발 수준을 넘어 정부 정책자를 직접 공격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천시민광장 수호 시민대책위원회는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소유한 경기 과천시 과천동 토지와 관련해 감사원에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박 차관이 소유한 과천동 일원 1259㎡ 토지가 정부의 주택 공급 대상지(3기 신도시)에 포함돼 있는 데다 토지 보상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이 단체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8‧4 대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3차례 진행한 바 있다. 국토부가 8‧4 대책에서 과천시민광장에 청년행복주택 4000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다 참여연대에서 박 차관의 과천동 토지 소유 사실을 문제 삼자 8‧4 대책 항의 차원에서 적극적인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 단체 유정우 간사는 “지금도 남태령과 과천대로는 대표적인 정체구간인데 과천시민광장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면 교통 여건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8‧4 대책에 반대하는 건 과천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과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 주택 공급 대상지 곳곳에서 지자체장과 시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2일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3000호 공급 계획을 철회하라고 국토부와 서울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20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인 상암DMC 랜드마크 부지 개발에 반대하는 마포구민들의 목소리도 거세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집회가 금지되자 1인 시위와 빨간 리본 부착 등 새로운 방법으로 항의하는 곳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 반발을 사전에 잠재우지 못할 경우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족한 공급을 충족하면서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정부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단 한 차례 공청회도 열지 않은데다 지역 주민들과 어떠한 협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공급 대책을 내놓은 게 일이 꼬이게 된 원인"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정부의 수도권 127만 호 공급계획 중 상당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