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본시장 좀먹는 썩은 나무들

입력 2020-09-02 17:25 수정 2020-09-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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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뻥튀기된 주식거래 대금과 넘쳐나는 신용잔고는 코로나19 사태로 1400대까지 폭락했던 코스피를 2400선 위까지 끌어올렸다. 개미들이 국내 상장 주식을 올해부터 지난 7월 말까지 34조2164억 원을 사들인 덕분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3조6871억 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증시 호황에 걸림돌은 되지 못했다.

증권사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최고점을 경신한 순수익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더는 돈이 안 된다고 여겼던 수수료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 수익으로 일반 직장인은 평생 구경도 못 할 수십억 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좋은 쪽으로만 주목을 받은 것이 아니다.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피눈물을 흘리는 고객들이 대거 등장했다. 라임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만 살펴봐도 소위 ‘제도권’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힘든 저열한사기 사건이다.

굵직한 사건을 빼고 봐도 사건 사고는 잦다. A 증권사에서는 한 PB가 지인들 돈을 수억 원을 모아 투자했다가 모두 잃고 사기와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B권에서는 한 PB가 고객이 맡긴 돈을 마음대로 굴렸다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증권사는 앞서 직원의 사기행각에 방조했다가 공범 취급을 받기도 했다. C 증권에서는 퇴직한 직원들이 모여 사기행각을 벌이다 한꺼번에 잡혀 들어가기도 했다.

조금 눈높이를 낮춰서 상장사들을 살펴봐도 가슴이 답답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주가조작으로 500억 원을 벌어들인 ‘회장님’은 관련 재판에서 단순한 ‘전주’ 역할만을 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리한 증언을 해준 인물들은 ‘알 수 없는 투자자’에게 투자를 유치해 상장사를 하나씩 인수했다.

중동 ‘만수르’ 기업에서 신약물질을 들여와 사업을 하겠다던 기업은 거래가 정지됐고, 미국 신약물질을 가져와 바이오사업을 하겠다던 비디아이는 경영권을 인수하자마자 반대매매를 당해 주가가 70% 가까이 폭락했다.

물론 썩은 나무 몇 그루로 숲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멀리서 볼 때 숲이 멀쩡해 보인다고 썩은 나무 몇 그루나 있는 것을 묵과해도 된다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그 썩은 나무들이 평생에 걸쳐 소중히 모은 국민의 피눈물 같은 돈을 빨아먹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다.

돈 버는 것은 좋다.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 이념이다. 그런데, 남의 피눈물로 배를 채우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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