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카니발, 다시 쓰는 대한민국 미니밴 새 역사

입력 2020-08-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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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등장한 4세대, 이 시대 기아차 첨단 신기술 총망라

어느 시장에서나 베스트셀링 카는 함부로 폄훼할 수 없는 존재다. 잘 팔린다는 건 이미 수많은 사람이 마음속 어딘가에 이 차를 ‘드림카’로 삼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잘 팔리는 차를 경쟁상대와 비교하고, 모자라거나 넘치는 부분을 지적할 수 없다. 주관적인 평가 역시 마찬가지. 누군가의 ‘꿈’을 주관적인 판단으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13년 3세대 등장 이후 6년 만에 4세대로 거듭났다. 단순히 내수 베스트셀링 미니밴을 넘어 북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디자인과 상품 경쟁력 역시 경쟁사인 토요타와 혼다에 견줘도 모자람이 없다.  (사진제공=기아차)
▲2013년 3세대 등장 이후 6년 만에 4세대로 거듭났다. 단순히 내수 베스트셀링 미니밴을 넘어 북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디자인과 상품 경쟁력 역시 경쟁사인 토요타와 혼다에 견줘도 모자람이 없다. (사진제공=기아차)

6년 만에 4세대로 거듭난 카니발도 마찬가지다. 카니발은 대한민국 대표 미니밴이자 베스트셀러다. 현대차 스타렉스와 ‘미니밴’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으되 추구하는 지향점은 뚜렷하게 다르다.

스타렉스가 상용차 시장에 머물러있지만, 카니발은 승용 미니밴 시장에서 대형 SUV, 나아가 고급 세단까지 사정권을 넓히고 있다.

미니밴 시장에서 한때 쌍용차와 경쟁을 벌였으나 생산능력과 판매망, 상품성 등에서 애초부터 카니발의 진정한 맞수는 아니었다.

◇21세기 들어 미니밴 전성기…현재는 카니발만 생존=2000년대 초, 국내 미니밴 시장은 전성기를 누렸다.

승합차에 대한 세제 혜택이 7인승부터였고, 당시 고유가 시대 속에서 LPG를 연료로 쓸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다.

그러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세제 혜택이 축소된 것은 물론 상품성 좋은 디젤 엔진이 속속 등장하면서 소형 미니밴은 갈 곳을 잃었다. 미니밴을 향했던 산업 수요는 2010년대 들어 고스란히 SUV로 이어졌다.

그렇게 시장 추세가 빠르게 SUV로 옮겨갔으나 카니발을 향한 열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준중형 세단을 베이스로 개발했던 여느 소형 미니밴과 달리, 카니발은 미니밴이 갖춰야 할 덕목을 빠짐없이 채워 넣은 덕이었다.

오히려 카니발은 독보적인 위치를 앞세워 미니밴의 영토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넓은 공간을 앞세워 대형 세단 수요의 일부를 파고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대형 SUV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중형 SUV의 ‘다음 차’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크고 화려한 겉모습은 직선을 강조했다. 선과 선이 만나는 모든 곳은 뚜렷한 모서리로 거듭났다.  (사진제공=기아차)
▲크고 화려한 겉모습은 직선을 강조했다. 선과 선이 만나는 모든 곳은 뚜렷한 모서리로 거듭났다. (사진제공=기아차)

◇기아차 최고봉 K9과 맞먹는 상품성과 거주공간=기아차는 이런 배경을 발판삼아 카니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6년 만에 등장한 4세대는 전작과 비교는 물론, 현재 기아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진보한 기술을 모조리 담았다.

기아차는 물론 현대차그룹에서 처음 선보이는 첨단 장비가 가득하고, 2열 공간과 편의성은 기아차의 최고봉 K9보다 한 수 위다.

카니발의 개발 콘셉트는 ‘연결의 주체’ 이른바 ‘커넥팅 허브’다.

일상적인 기능과 레저 영역을 연결하는 것은 물론, 세대와 세대까지 하나의 차로 연결할 수 있다는 상품전략을 앞세웠다.

앞모습은 웅장하고 화려하다. 벌집 모양의 앞 그릴은 오케스트라의 균형 잡힌 무대 퍼포먼스를 디자인 콘셉트로 잡았다. 주간주행등은 리듬을 형상화했고, 얇은 전조등은 공격적인 분위기가 다분하다.

전조등은 얇아지고, 앞 그릴은 확대한다는 게 앞으로 기아차의 디자인 전략이다. 현대차가 ‘니어 럭셔리’ 디자인을 앞세운다면 기아차는 다분히 ‘스포티’라는 방향성을 지켜가는 셈이다.

뒤 펜더에 새겨진, 2열 슬라이딩 도어의 레일은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차가 밝은색이라면 조각칼로 파낸 듯한 레일이 좀처럼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옆면을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 속에 레일을 파묻었지만,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1세대 카니발은 이 두꺼운 레일을 3열 유리창 밑으로 숨겼었다. 이미 시도했던 기술인 만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물론 그 속뜻은 알 길이 없다.

뒷모습은 한결 안정적이고 커 보인다. 좌우 후미등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주는 게 최근 기아차의 디자인 전략이다.

덕분에 사진보다 실제로 바라봤을 때 차의 웅장함이 더 크다. 디자인 전반에 직선을 강조했다. 선과 선이 만나는 곳 모두 뚜렷한 경계선을 드러내는 것도 차를 커 보이게 만든다.

이미 “현대차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 기아차답게 새 모델은 디자인적 거부감을 성큼 밀어내고 다가온다.

▲이 시대 기아차가 담아낼 수 있는 첨단 전자장비도 다양하다. 2열 공간은 기아차의 최고봉 K9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사진제공=기아차)
▲이 시대 기아차가 담아낼 수 있는 첨단 전자장비도 다양하다. 2열 공간은 기아차의 최고봉 K9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사진제공=기아차)

◇첨단 기능 넘치는 실내…2열 프리미엄 시트가 압권=실내 역시 현존 기아차 기술력을 가득 채웠다. 미래지향적 인테리어는 눈길과 손길이 닿는 곳 모두 프리미엄의 감성을 담았다.

운전석에 들어서면 화려한 첨단 기술이 눈앞에 펼쳐진다. 흔히 계기반으로 불렸던 아날로그 감성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자리 잡았다. 이와 맞물린 12.3인치 내비게이션은 하나로 이어졌다. 기아차는 이걸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2열은 이전과 비교해 개선의 폭이 가장 넓다.

7인승에서 고를 수 있는 ‘프리미엄 컬렉션 시트’는 4세대 카니발의 존재 당위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버튼 하나로 시트 등받이와 좌석 각도를 바꾸는 것은 기본, 쿠션의 ‘빵빵함’까지 줄이고 부풀릴 수 있다. 플래그십 세단에 달리던 레그 레스트(좌석 아래에서 종아리를 받혀주는 쿠션장치)도 전동식이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첨단 기능을 모조리 하나의 시트에 담아내려다 보니 시트가 커졌다. 착좌 위치 자체가 껑충하다.

아무리 의자를 낮춰도 앞뒤에 달린 다른 시트보다 착좌 위치가 껑충하다. 자연스레 머리 공간이 줄어든 것은 아쉽다.

▲V6 3.5 가솔린과 직렬 4기통 2.2 디젤 두 가지가 나온다. 이미 SUV로 검증된 파워트레인은 향후 네바퀴굴림(AWD)으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  (사진제공=기아차)
▲V6 3.5 가솔린과 직렬 4기통 2.2 디젤 두 가지가 나온다. 이미 SUV로 검증된 파워트레인은 향후 네바퀴굴림(AWD)으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 (사진제공=기아차)

4세대 카니발은 신형 N3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강성 차제를 지녔다. 여기에 V6 가솔린 3.5ℓ 엔진과 직렬 4기통 디젤 2.2ℓ 엔진을 얹는다. 두 가지 모두 이미 현대ㆍ기아차 라인업에 다양하게 쓰이며 성능과 내구성을 검증받았다.

여기에 맞물린 8단 자동변속기 역시 큰 덩치를 가볍게 밀어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나아가 이들을 바탕으로 네 바퀴 굴림 시스템(AWD)을 내놓은 바 있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갖췄으니 4세대 카니발 역시 AWD로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

카니발은 4세대로 진화하며 다시 한번 미니밴의 본고장인 북미에 출사표를 던진다.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디세이 등 걸출한 경쟁자들과 맞서야 한다. 가만히 둬도 잘 팔리는 내수시장과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3세대는 참패했으나 4세대는 사정이 다르다. 크고 화려하며 웅장한 콘셉트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갖췄다. 이제 북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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