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화문 집회 참석자 명단 확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22일까지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깜깜이 환자’ 비율이 18.2%에 달한다고 한다. 방역 당국이 관련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4월 이후 처음으로 자칫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방역 당국이 신속하게 감염원과 접촉자를 찾지 못하면 2차, 3차 전파로 이어지는 ‘n차 전파’를 막을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화문 집회 참석자 명단 확보에 총력을 펼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시급히 명단확보를 해야 ‘깜깜이 환자’를 최대한 없앨 수 있다.
정치권도 이번 코로나19 확산 책임에 대해 서로 남 탓만 하는 정쟁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지금은 서로 협력해 재확산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재확산을 막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만일 이번 주 코로나19 재확산 중대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는 불가피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방대본 본부장도 확산세가 지속되면 3단계 격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서민경제와 국민 생활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음식점, 영화관 등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이 가장 큰 직격탄을 맞게 되고 323만6000개 소상공인의 줄도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두 달 연속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8월 1∼20일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8월 1∼20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 3월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뒤 최저치인 -3.7%를 기록했다. 이처럼 2분기 들어 급락했던 수출 감소율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로 축소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한다면 수출 회복세가 다시 꺾일 수 있어 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성장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K-방역이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이 원동력을 잃게 된다면 수출회복세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지난주 하계휴가차 대구 본가에 내려갔을 때 코로나19 1차 유행의 진원지인 대구가 44일 동안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지인들은 방역 당국의 노력도 있지만, 대구 시민의 힘이라고 자부했다. 대구 시민이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방역 당국 지침을 잘 따랐기 때문이라며 (지역 정서상) 정부가 잘 막은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최근 대구도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확산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코로나19 1차 유행 때 대구에서 극복했던 교훈을 되돌아본다면 다시 세계 속의 K-방역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화한다면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또 당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대구·경북에 했던 것처럼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지역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의료진과 소방관계자, 자원봉사자들이 아무런 사심 없이 봉사한다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권에서 나서 ‘보건소에서 사랑제일교회 신도면 검체 바꿔치기로 무조건 양성판정을 내린다’라는 유언비어를 막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먼저 미래통합당이 소속 의원의 8·15 광화문 집회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고 지지층인 일명 ‘태극기 부대’에 방역 당국에 철저히 협조해 달라고 호소해 주길 바란다. 더불어민주당도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통합당에 돌리는 정쟁을 멈추고 어떻게 하면 확산세를 멈출지 깊은 고민에 빠져야 한다. 그래야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