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건축 임대아파트 의무공급 규정 변경으로 저층-저밀 재건축 단지는 혜택을 받지만 은마아파트 같은 중고층-고밀 재건축 단지는 오히려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또 변경된 규정으로 인해 재건축 단지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관련 규정을 손질하면서 재건축의 경우 기존 용적률과 상관없이 서울시 조례의 상한용적률과 국토의이용및계획에관한법률(이하 국계법)의 최고용적률 간 차이의 30%~50%만 지으면 된다. 또 국계법에 명시된 최고 용적률도 받을 수 있도록 됐다.
참여정부 시절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를 위해 도입한 '재건축 임대아파트 의무공급 규정'에서는 기존 용적률에서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아파트로 의무 공급하도록 돼 있었으나 이를 폐지하고 새 규정을 도입한 것.
기존 용적률이 76%인 개포주공 단지의 경우 재건축시 서울시 조례에 따라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허용 용적률 190%를 받으면 늘어난 용적률 114%에 대한 25%, 즉 28.5%에 대해서는 임대주택을 지어야 했다.
◆저밀도 재건축 임대공급 의무화 효과 높아
하지만 바뀐 규정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공급 의무는 훨씬 줄어든다.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국계법상 용적률을 250%까지 받을 수 있는 개포주공 1단지를 예로 들면, 이 단지가 서울시 조례상 받을 수 있는 용적률은 최대 200%다. 이를 준용하면 늘어나는 용적률(50%)의 30~50%인 15%~25%만 보금자리주택을 지으면 된다.
임대주택 및 보금자리주택 공급 규모도 크게 줄어든다. 당초 규정대로라면 개포주공1단지는 서울시 허용 용적률 190%를 받을 때 늘어나는 주거연면적은 총 35만6385㎡가 되며 임대주택 면적은 8만9096㎡다. 이 경우 85㎡ 규모 임대주택 1048가구를 지어야 했다.
반면 개정된 보금자리주택 공급제도를 적용하면 늘어나는 면적은 15만6309㎡로 이 경우 85㎡ 보금자리 주택은 919가구만 공급하면 된다.
◆고밀도 재건축 단지, 바뀐 규정이 오히려 손해
그러나 고밀도로 지어진 중층 재건축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기존 용적률이 200%가 넘는, 강남권 아파트의 대명사 은마아파트가 바로 이런 케이스다.
이투데이의 분석 결과 기존 용적률이 197%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3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해 있는 만큼 서울시 조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대 용적률은 230%이며 조례상 최고 용적률은 250%다. 기존 규정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는 최고 33%(230%-197%)의 25%인 전체 용적률 8.5%를 임대아파트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오히려 더 손해가 된다. 은마의 경우 바뀐 규정에 따라 용적률은 법정 최고 용적률인 300%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서울시 조례에서 허용 용적률인 250%와의 차이인 50%에 대해 30~50%를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해야하는 만큼 전체 용적률의 15~25%를 보금자리주택으로 내놔야 한다. 종전 규정보다 오히려 더 많아지는 것.
보금자리 주택 공급 용적률인 '법규상 상한용적률 대비 지자체 조례상 상한용적률의 30~50% 비율' 규정은 지자체 조례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장기전세주택(쉬프트)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비율을 50%로 확정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에 따라 만약 서울시 조례에서 보금자리 주택 공급 비율을 추가 용적률의 50%로 확정하게 되면 기존 용적률이 200%가 넘는 중층 재건축 아파트는 아무 혜택을 못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면적 상 혜택은 있다"고 설명한다. 즉 종전 임대아파트 의무 공급 규정대로라면 은마아파트는 기존 200%에서 250%밖에 늘릴 수 없지만 바뀐 규정에 따라 300%까지 용적률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임대아파트 규모도 늘어나지만 반대로 조합이 차지할 수 있는 면적도 늘어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해양부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새 규정에 따라 중층 고밀 재건축 단지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조합이 차지할 수 있는 용적률도 늘어나는 만큼 공공과 조합,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의 고려사항은 도심 주택공급이지 재건축 수익성이 아닌 만큼 중층 재건축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행 재건축 임대공급 의무화 규정에 따르면 추가 용적률의 25%를 임대로 지어야되지만, 여기서 소모되는 주거 연면적은 다시 조합에 추가 용적률로 돌아가게 된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종전 규정대로 230%로 짓게되면 늘어나는 주거 연면적은 7만8366㎡로, 임대아파트 공급 면적은 용적률 추가 혜택을 받게 되므로 이 면적은 그대로 조합이 가질 수 있다.
반면 바뀐 규정대로라면 늘어나는 주거 연면적은 11만8737㎡지만 절반인 5만9369㎡는 보금자리 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는 만큼 조합이 차지하는 추가 연면적은 5만9369㎡로 오히려 종전보다 더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바뀐 규정이 적용되면 재건축 단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종전 용적률이 낮아 새로 증가되는 용적률이 많아 사업 수익성이 높은 저층 재건축 단지의 인기가 더욱 올라갈 것이란 게 이들 이야기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구 개포주공단지와 강서구 화곡 3주구,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동구 고덕주공단지, 둔촌주공단지 등 저밀도 재건축 단지들이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중층 재건축은 늘어나는 면적도 많지만 그만큼 임대 공급량도 많아져 별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