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스톤의 가족 지주회사인 내셔널어뮤즈먼츠는 12일(현지시간) 레드스톤이 전날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향년 97세.
레드스톤은 항상 “콘텐츠가 왕”이라는 말을 달고 산 것으로 유명했으며 비아콤과 CBS방송을 인수해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 존 말론 리버티미디어 회장과 함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미국 미디어 산업의 지평을 변화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그는 미국 보스턴에서 1923년 가난한 트럭 행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집에 화장실이 없어 1층 공동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을 정도다. 그러나 레드스톤은 그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서 워싱턴 로펌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로 일했다.
레드스톤은 1954년 가족의 드라이브인 극장 사업에 합류하면서 처음으로 기업 경영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미국 법무부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1958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 소송을 걸어 자신의 소규모 극장에서도 대형 영화관 체인과 동시에 최신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그는 오늘날 여러 개의 스크린이 있는 멀티플렉스를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아예 ‘멀티플렉스’를 상표 등록하기도 했다.
레드스톤은 55세이던 1979년 보스턴 코플리플라자호텔 화재 사건으로 전신의 45% 이상이 화상을 입는 등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그는 63세이던 1987년 미디어 황제로 떠오르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4개월간의 적대적 M&A 추진 끝에 뮤직비디오 전문 MTV 등 다수의 케이블 채널과 TV, 라디오 방송국 등을 보유한 비아콤을 34억 달러(약 4조 원)에 손에 넣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와 CBS방송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거대한 제국을 구축했다. 특히 1999년 370억 달러에 CBS를 인수한 것은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M&A였다.
레드스톤은 치매설이 돌 정도로 건강이 악화한 2016년 퇴임했다. 그는 생전 완고하면서도 불같은 성격으로도 유명했다고 WSJ는 전했다. 자신의 밑에 있던 임원들과 수년간 충돌하면서 여러 최고경영자(CEO)를 단칼에 쳐내는가 하면 거의 모든 가족과 분쟁했다.
한편 딸인 샤리 레드스톤 비아콤CBS 회장은 아버지 생전에 이미 그의 후계자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