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화두는 '직장에서의 민주주의'다. 정치 민주주의는 당연시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분개하고 저항하는데, 왜 직장에서는 민주주의가 달성되지 않아도 순응하고 포기하는 것일까. 직장인들은 주인이 아니기 때문일까?
회사는 주주가 주인이고 직원들은 급여를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하급 직원들은 주주를 위해 일하는 상사들의 욕설과 모욕, 때로는 폭력을 견뎌야 하고, 견디지 못하면 퇴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그렇게까지 살벌한 분위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단지 하급 직원이라는 이유로 의견을 내지 못하거나 의견을 내더라도 묵살되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회사를 소유하게 되면 어떨까? 우리사주제도를 통해서 일반 노동자들도 자기 회사 주식의 20%까지는 소유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 직원들이 자기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은 될 수 없다. 개인별로는 매우 적은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고 우리사주조합은 대체로 주식의 시세차익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직원 주주들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1990년대 말 소액주주 운동을 통해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해 보았으나 그 열기가 식으면서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됐다.
그렇다면 직장에서의 민주주의는 불가능한 것일까? 저자는 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책은 노동자협동조합과 자본주의 기업을 기존과 다른 각도에서 비교하고자 한다. 기업은 가정과 더불어 직장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생산성이나 효율성만으로 그 존재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직장생활에 만족하고 있는지, 어떠한 태도를 갖고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개별 노동자들에 초점을 맞출 필요도 있다. 물론 그들의 태도와 행동은 조직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에도 연결될 수 있다.
저자가 2016년 32개의 노동자협동조합과 36개의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자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주식회사의 노동자들보다 자신들의 일과 직장에 더욱 만족하고 있으며 조직발전에 더욱 기여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을 통해 직장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와 정부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저자는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