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1~6월 누계) 관리재정수지가 110조5000억 원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적자 폭이 1조 원에 그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발표한 ‘재정동향 8월호’에서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관리재정수지 월별 패턴, 세정지원에 따른 하반기 세수 유입효과 등을 고려하면 2020년 연간 관리재정수지는 전망 수준인 111조5000억 원으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통상 상반기에는 지출이 늘고, 하반기에는 수입이 늘어 재정수지 적자가 더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기재부에 따르면, 상반기 총지출은 316조 원으로 집계됐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예정된 총지출(531조1000억 원)의 59.5% 수준이다. 이 중 예산은 366조9000억 원 중 62.3%인 228조7000억 원이 지출됐다. 특히 조기집행 관리대상사업은 305조5000억 원 중 202조3000억 원(66.5%)이 집행됐다. 불용예산이 없다고 가정할 때 하반기에 지출될 재정은 예정된 총지출의 40.5%, 예산은 37.7%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매년 반복됐다. 2014년에는 6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3조6000억 원까지 확대됐다가 12월에는 29조5000억 원으로 줄었다. 상반기 적자가 59조5000억 원에 달했던 지난해에도 연간 적자는 54조4000억 원이었다. 재정 집행이 상반기에 집중돼서다. 조기집행 관리사업의 연간 상반기 집행률은 2016년 60.8%, 2017년 59.0%, 2018년 62.1%, 지난해 66.5%였다.
올해에는 통상적인 재정 조기집행에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납기연장 등 세정지원에 따른 세수 감소로 적자 폭이 더 확대됐다. 하반기에는 지출이 줄고, 납기유예된 세금이 걷혀 재정수지는 상반기보다 개선된다. 다만 3차 추경(35조1000억 원)이 하반기 집행돼 예전처럼 적자 폭이 줄어들긴 어렵다. 이는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하반기보다 1조 원 늘어나는 배경이다.
강미자 기재부 자정건전성과장은 “올해 코로나 위기로 예년보다 지출 늘었고 세입여건이 안 좋아지긴 했지만, 다 반영해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 감액경정을 했다”며 “그런 걸 반영해 연말 적자를 111조5000억 원으로 봤고,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4차 추경이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수해 피해가 늘자 정치권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4차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달 말 태풍 피해까지 발생하면 남아있는 예비비(일반예비비 7000억 원, 목적예비비 1조9000억 원)로는 대응이 어려워진다.
기재부는 현시점에선 추경을 추가 편성하지 않아도 재정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예비비가 2조6000억 원 확보돼 있는 데다 기존 예산이 편성돼 있는 것도 있다”며 “제방 복구나 다리 복구는 1년 넘게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꼭 올해 필요하지 않다. 계약 시점에 필요한 돈 이외에는 내년에 확보해도 크게 차질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