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리더 지위를 굳건히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제4공장 조기 증설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초격차' 경쟁력 시대를 열겠다는 꿈이 무르익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11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천 송도에 네 번째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반기 기공식을 시작으로 2022년 말부터 부분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은 바이오의약품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25만6000ℓ로 건설된다. 기존 단일 공장 기준 최대였던 제3 공장의 기록을 자체 경신한 규모다. 연면적은 약 24만㎡로 기존 3개 공장의 전체 넓이에 육박하며,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약 1.5배에 달한다.
제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1단지에 총 62만 리터의 생산 기지가 완성된다. 김 사장은 "송도 제1단지만으로 글로벌 CMO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게 된다"며 "1조74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제4공장을 '슈퍼 플랜트'라고 명명했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를 경신한 '슈퍼 스케일', 건설 기간은 물론 제품 생산과 공급에 걸리는 시간까지 최대한 단축한 '슈퍼 스피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술력을 집약한 품질 경쟁력으로 무장한 '슈퍼 퀄리티'를 갖췄다는 것이다.
그는 "제4공장은 기존 공장 건설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스테인리스 스틸과 싱글유즈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증설할 것"이라며 "CMO를 넘어 위탁연구(CRO), 위탁개발(CDO)까지 종합적으로 연결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만족도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사장은 이번 증설이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전략' 실천에 부응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생산인력 1800여 명을 추가 채용하며, 공장 건설을 위해 6400여 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고용창출 효과로 환산하면 2만7000명, 생산유발 효과로 환산하면 5조6000억 원이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들어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 실적과 실적 상승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5149억 원으로, 2011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 매출이 5000억 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흑자를 기록하면서 제4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수주 실적은 상반기에만 총 1조8000억 원 규모로, 이미 지난해 수주 물량의 4배를 넘어섰다.
이 같은 쾌속 성장은 제4공장 조기 증설의 배경이 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가 급증하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생산지역 다변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점이 이번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코로나19 중화항체 생산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김 사장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항암제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서 알츠하이머 등 뇌 관련 질환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현재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승인 심사 절차에 들어가면서 상용화 시점이 가시화되고 있다.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가 유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4공장 증설과 함께 송도 제2단지와 오픈 이노베이션 R&D센터 건립을 위한 추가 부지를 매입한다. 10만 평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의 중이다.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9년 만에 CMO 분야의 글로벌 챔피언이 됐다고 자부한다"며 "글로벌 CMO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