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4 대책에서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낸다. 내년부턴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조달청 등 공공기관 이전부지를 우선 개발할 계획이다.
1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내년부터 과천청사, 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등 공공기관 이전부지와 유휴부지를 택지로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들 공공부지 개발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처럼 민간과 조율이 필요하지 않아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
현 상황에서 가장 빠른 개발이 가능한 택지는 과천 일대의 옛 정부청사부지다. 정부부처가 대부분 빠져나간 과천청사부지는 현재 건물 5개 동이 남아 있을 뿐 70~80%가 공터인 상태다. 부처 이전이나 건물 철거 등 절차가 상대적으로 쉬우므로 택지 전환이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중 택지 개발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착수 시점에 즈음해 청약을 받을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사전청약 방식을 적용해 분양 속도를 더 앞당길 수 있다.
정부는 과천청사부지에 새로 공급하는 4000가구 중 절반 이상을 청년·신혼부부에 장기임대주택 형태로 공급할 예정이다. 일정 기한이 지나면 다른 임차인이 들어가는 구조다. 나머지 공간은 분양물량으로 설정하되 이번에 새로 도입한 지분적립형 분양 방식을 활용한다. 지분적립형 분양은 입주 시 분양대금의 일정 지분을 납부하고, 장기 거주해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주택이다. 5억 원짜리 집을 처음에 1억 원 정도만 내고 나머지를 살면서 납부하면 된다. 구매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에 유리하지만 20년 전매제한과 실거주 조건이 달린다.
서울 강남권의 서울지방조달청(반포동), 국립외교원(서초동)은 기관 이전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개발이 결정되면 과천청사와 마찬가지로 공급물량의 절반이 장기임대로 풀릴 전망이다. 이 밖에 군이 보유한 태릉골프장은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 택지 개발이 시작될 예정이다. 특별히 철거할 시설은 없으나 공급규모가 커 계획 수립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
태릉골프장부지에는 주택 1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과천청사와 태릉골프장을 비롯해 공공기관 이전부지·유휴부지 택지 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총 3만3000가구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