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원자재 가격이 제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철강업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악재에도 가격 안정세를 보이는 고철(철스크랩)을 사용하는 업체들은 미소를 짓고 있다.
반면 예년보다 톤(t)당 최대 40달러 높은 철광석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부진에 빠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 제품의 원자재인 고철, 철광석 가격은 최근 정반대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동안 오름세를 보였던 고철 가격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고철 가격(서울 도매가 기준)은 t당 27만 원이다. 6월(29만 원)과 비교했을 때 2만 원 하락했다.
고철 가격은 4월(24만 원) 저점을 찍은 이후 잠깐 상승세를 보였지만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고철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고철 가격이 자연스레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수요 회복 움직임은 있지만, 지난해처럼 30만 원 이상 오를 가능성은 적다고 업계는 예상했다.
이와 달리 철광석 가격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예년보다 20~30달러 비싼 t당 90달러대를 기록하더니 이달에는 120달러대를 찍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생산지역인 브라질, 호주 등에서 조업 차질이 발생한 데 따른 영향이다.
원자재 가격에 따라 철강업체의 표정은 달라지고 있다.
고철을 전기로에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동국제강은 올해 견조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2분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766억 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철광석을 사용하는 업체들은 이미 타격을 받았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별도기준) 영업손실 1085억 원을 기록했다. 2000년 분기 실적 공시 이래 사상 첫 적자이다. 고철보다 철광석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94% 하락한 140억 원에 머물렀다.
철강업체들은 원자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원가절감 활동인 ‘코스트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일련의 활동을 통해 절약된 금액은 1752억 원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4월부터 혁신제도 ‘HIT’를 시행했다. HIT에는 설비 성능을 저하시키는 불합리한 요소를 발굴하는 설비 강건화 활동 등이 포함돼 있다. 동국제강 또한 원가절감을 위해 생산시설 개선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