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진퇴양난’…이동걸 회장 ‘묘수’ 찾을까

입력 2020-08-03 05:00 수정 2020-08-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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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채권銀 차원 책임론 애매모호…계약상 시비 우려 “재실사 당사자 아니다” 선긋기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두고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번주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며 현 공방에서 뒤로 빠져있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어떤 내용을 언급할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된 의견을 종합해 이번 주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HDC현산과 금호산업 측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주고받는 상황이라 주채권은행 차원의 원론적인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HDC현산이 금호산업에 요구한 사항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입장 발표를 공식화했지만, 산은으로선 입장을 구체적으로 내기도 안 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산은은 이동걸 회장이 직접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과 만나 매각을 이끌었을 정도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산은이 수출입은행과 금호그룹의 자구안을 바탕으로 총 1조7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 것 역시 매각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HDC현산과 금호 측이 체결한 계약은 주로 박삼구 회장 일가의 지분을 넘기는 것이 핵심으로, 많은 돈을 빌려준 산은이더라도 계약서에서 주요한 위치에서 벗어나 있다. 5000억 원의 영구채를 출자전환 해야만 다소 책임이 생기나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매각 과정에서 산은이 뒤에서 버티고 주도적으로 지도·감독했다고 하더라도 산은이 계약과 관련해 책임질 일은 없고, 동시에 과도하게 개입할 여지도 현재로선 없는 셈이다. M&A 계약에 정통한 로펌 관계자는 “산은은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고, 계약서에도 명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매 계약 측면에선 뒤에서 그저 돈을 대주고 보증한 입장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산은은 매각 작업이 더뎌진 최근 자신들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HDC현산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의 재실사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이 회장은 같은 식으로 답변했다. 혹여나 매각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계약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HDC현산은 여러 입장을 통해 금호 측이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을 때 자신들의 허가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채권단의 영구채 주식 전환 시 경영권 지분 변동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종의 채권은행 개입을 우려하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지만, 매각 상황이 악화하자 초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던 자금지원이 발목을 잡아버린 셈이다.

한편 현재로선 산은만 난처해졌다. 코로나 여파로 HDC현산도 급하게 계약을 성사할 이유가 사라졌고, 금호 측도 아시아나항공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가능성이 열리면서 HDC현산 측에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고 맞불을 놨다. 이대로 계약이 불발돼 시장의 예상처럼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보유한 ‘국유화’가 현실화되면 향후 손실에 대한 책임에서 산은이 자유롭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추후 입장에서 이에 대한 언급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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