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형평성 논란, 중산층 감면…결국 부자증세
전문가들 "조세 저항 눈치보기,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 지적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세금 ‘0원’ = 국세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8년 귀속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 1858만 명 중 결정세액이 없는 과세미달자는 722만 명에 달했다. 비율로는 38.9%다. 10명 중 4명은 세금이 ‘0원’이라는 의미다.
2013년 32.4% 수준이던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4년 48.1%로 급등했다. 2013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세금을 깎아주는 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급한 불은 껐지만 이후 면세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면세자 비율은 △2015년 46.8% △2016년 43.6% △ 2017년 41.0%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미국(30.7%), 캐나다(17.8%), 일본(15.5%), 영국(2.1%) 등 세계 주요국가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높은 면세자 비율은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면세자 축소를 주문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근로소득자의 납부 면세자 비율이 40% 언저리에 있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소득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정하게 소득세 부담을 하는 것이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조세저항 덜 한 고소득 증세 카드만 = 이 같은 지적에도 보편적 증세 실현은 먼 얘기다. 정부가 면세자 축소에 나서기엔 서민증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에서 세 부담이 늘어날 경우 조세저항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세 번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역대급 재정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세수 확대가 필수다. 결국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조세저항이 덜 한 ‘부자증세’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2020 세법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소득 과세표준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현행 42%에서 45%로 3%포인트(P) 상향했다. 종합부동산세율도 최대 2.8%P, 양도소득세율은 1년 미만 보유의 경우 70%까지 인상했다. 정부는 이 같은 ‘부자증세’를 통해 5년간 10조7115억 원을 더 걷기로 했다.
이와는 반대로 40%에 육박하는 근로소득자 면세 비율을 줄이는 일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조세저항’이 두렵기 때문이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되고 근로소득세 면세율 비율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정부는 근로소득이 늘어 자연스럽게 감소하기를 바라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43% 수준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38~39% 정도로 내려왔다”며 “매년 2~3%씩 낮아지고 있어 조만간 30% 초반으로 저절로 내려갈 것”이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를 줄여 국민개세주의 원칙을 실현하고 납세자 간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며 “조세저항이 크고 상대적으로 유권자 수가 많은 중산층의 세금 감면을 유지하는 것은 포퓰리즘적 조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