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 중단ㆍ관련자 퇴직…직권조사에도 난항 겪는 ‘朴 전 시장 사건’

입력 2020-08-02 10:56 수정 2020-08-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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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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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행보가 난관에 봉착했다. 박 전 시장 유족 측이 제기한 포렌식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서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이 중단됐고,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들이 이미 퇴직했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 중단…닫혀버린 ‘판도라 상자’

인권위 직권조사에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에 제동이 걸려서다. 이 휴대전화는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는 물론 성추행 의혹에 관한 단서가 있을 것으로 추정돼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으로 꼽혔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은 지난달 30일 포렌식 절차에 대한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이 24일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한 준항고와 포렌식 절차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이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중단됐다.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닫힌 셈이다.

포렌식 수사가 중단되면서 사건의 사망 경위 파악도 어려워졌다. 앞서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인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유족의 동의를 받아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법원의 포렌식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와 여성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피해자 고소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와 지원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폰은 서울시 명의의 폰이며 기깃값 및 이용요금을 9년간 서울시에서 납부했다”며 “가족에게 환부되는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폰이 수사 증거물이라는 점은 부정될 수 없다”며 “변사사건을 담당한 경찰서에서도 업무상 위력 성폭력 피해자가 폰 비밀번호를 제공해 해당 휴대전화를 잠금해제했다. 동시에 휴대전화는 공무상기밀누설죄 수사상 중요 자료”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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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피해자 호소 ‘묵살’한 비서진 입 열 수 있을까

인권위가 직권조사하기로 했지만 기초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 비서실 소속이던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린 사람으로 지목한 비서실 관계자들은 모두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사건 당사자에게 출석이나 진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진다. 그러나 당사자가 이를 거부하더라도 긴급 체포나 압수수색 등 물리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63조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진술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조사를 꺼려도 1000만 원 벌금형에 그친다. 인권위의 권한만으로는 관련자들의 입을 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인권위가 직권조사 이후 사안이 심각하고 범죄라고 판단한다면 인권위법 제45조(고발 및 징계권고)에 따라 검찰총장에게 고발조치할 수 있다. 검찰총장 등은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위원회에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이 같은 조치사항이 있더라도 또 다른 기관의 힘을 빌려야 하는 만큼 사안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기간 없는’ 직권조사 공언한 인권위…서울시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서 ‘기간을 정해 놓지 않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등 행위와 서울시의 피해 묵인ㆍ방조뿐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이 때문에 조사 기간이 1년이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서지현 검사가 제기한 ‘미투’ 사건은 인권위가 ‘각하’로 종결할 때까지 5개월이 걸렸다. 2014년 피해자의 진정으로 시작해 직권조사에 들어간 ‘육군 O 사단 의무병 폭행ㆍ성추행’ 사건은 진정에서부터 권고안 발표까지 약 1년이 걸렸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은 사실관계 파악과 함께 제도 전반의 문제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인권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역시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현재 진행 중인 방조ㆍ묵인, 피소 사실 유출 등과 관련한 경찰과 검찰 수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하고, 공직 생활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사항은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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