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의 ‘구독 서비스’가 국내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수가 이용하는 이동수단을 꺼리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다. 구독 모델에 익숙한 밀레니얼(1980~2000년생) 세대를 공략하려는 업계의 전략이기도 하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최소 1개월가량의 단기 계약을 맺고 차를 일시 점유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제공사가 차의 정비와 보험을 모두 책임지고, 이용자는 계약 내용에 따라 차를 바꿔 탈 수도 있다. 장기 계약으로 차 한 대만 이용할 수 있는 리스,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리는 카셰어링과 차이가 있다.
국내 업계는 이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현대자동차는 월 구독형 서비스 ‘현대 셀렉션’을 선보인 뒤 서비스 확장을 거듭했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단일 요금제에서 벗어나 △베이직(59만 원) △스탠다드(75만 원) △프리미엄(99만 원)으로 요금제를 다양화했고,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특별 서비스도 내놓았다.
요금제에 따라 이용자는 선호하는 차를 선택해 이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베이직 요금제 이용자는 아반떼와 베뉴 중 월 1개 차종을 사용할 수 있고, 프리미엄 요금제 이용 시 더 뉴 싼타페, 그랜저,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 7가지 모델을 월 2회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기아자동차 역시 ‘기아 플렉스’를,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운영 중이다. 서비스는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높은 관심이 이어지며 각 사마다 상당한 고객이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업계도 최근 들어 구독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일본 닛산은 구독 서비스 ‘ClickMobi’의 제공 지역을 9월까지 2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PIVOTAL’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이달 새로 출시했고, 토요타와 볼보는 기존의 취약점을 개선한 새로운 구독 모델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
차 업계가 구독 서비스 확대에 나선 데에는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일차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감염 우려가 커지며 밀폐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꺼리는 현상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시 대중교통 수요는 34% 감소했고, 미국 ‘우버’의 카헤일링 서비스 이용자는 70%나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혼자 이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위생 관리도 쉬운 구독 서비스의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계약과 배송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 역시 인기 요인이다.
이와 함께 차를 소유하지 않는 경향이 점차 확대된 점도 구독 서비스 확대에 한몫했다.
현대차글로벌경영연구소는 "최대 차량 소비층으로 자리 잡을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는 '소유'에서 '이용'으로 변화했다"며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자산의 부족, 편의 추구, 다양한 경험 선호 등으로 구독모델에 개방적"이라 설명했다.
구독 서비스는 성장을 지속하며 자동차 이해관계자의 새로운 수익원으로도 떠오를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점차 역할이 축소되는 오프라인 판매 사원의 일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볼보는 미국에서 기존 딜러가 참여하는 구독 모델을 운영하며 서비스 운영 수익을 딜러와 공유하고 있다.
현대차글로벌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구독모델 시장이 지속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딜러와의 상생을 도모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하는 사업모델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