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형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4억 원을 돌파했다.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소형 아파트라도 서둘러 사려는, 이른바 '패닉바잉'(공황 구매)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서울 소형아파트(전용면적 40㎡ 이하) 평균 매매가격은 4억1380만 원으로, 처음으로 4억 원을 넘겼다. 국민은행이 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저가 소형 아파트는 주로 서울 외곽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에 몰려 있다. 낡고 작은 면적의 아파트가 대부분이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워낙 높이 치솟다보니 덩달이 뛰고 있는 셈이다.
실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차 전용 31.9㎡형은 이달 11일 6억6000만 원에 팔렸다. 한 달 전 거래가(5억5000만 원)보다 1억 원 넘게 뛰었다.
준공 30년이 훌쩍 넘은 구로구 구로동 주공2단지 전용 32.3㎡형도 이달 13일 4억78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연초 3억8500만 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반년 새 1억 원이 올랐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소형 아파트의 오름세도 반영됐다. 현재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동 삼익대청 39.5㎡형은 이달 초 11억1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달 통계에선 중소형(40∼62.8㎡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7억18만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7억 원을 넘어섰다. 노원구 상계동에선 상계주공3차 58㎡가 이달 7억1000만 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관악구 관악푸르지오에선 이달 초 7억1000만 원에 팔린 59.5㎡가 10여일 만에 7억8800만 원까지 올랐다.
방 1~2개가 딸린 중소형 아파트가 이처럼 치솟는다는 건 서울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정이 갈수록 팍팍해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고가 아파트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중소형 아파트값까지 덩달아 밀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패닉 바잉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소형 아파트라도 서둘러 매입하려고 나서고 소형 아파트에 전세를 낀 갭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중소형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