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8월 쿠팡페이를 독립시켜 결제 시장에 뛰어든다. 현재까지 쿠팡 쇼핑과 쿠팡 이츠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간편결제 시스템을 다른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알리페이나 아마존페이처럼 종합 금융서비스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내달 쿠페이를 분사해 새로운 법인 '쿠팡페이'로 출범시킨다. 지난달 말 이용자에게 쿠팡페이 분리에 따른 이용약관 개정을 안내했다. 분사가 완료되면 쿠팡과 쿠팡페이는 2개의 독립 회사가 되며, 각각 온라인 쇼핑몰 사업과 핀테크 및 결제사업을 영위하게 된다.
쿠페이는 비밀번호 입력이나 지문인식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원터치 결제 시스템으로, 쿠팡이 자체 개발한 부정거래 감시 시스템을 활용해 2015년 만들었다. 이전 명칭은 로켓페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페이가 간편결제 서비스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분사를 통해 쿠팡페이가 쿠팡에서 쇼핑할 때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쇼핑 사이트 등 외부로 사용처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쿠팡의 외부 결제 시스템 진출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결제시스템인 쿠페이는 지난해 6월 월간 사용 등록 인원이 이미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거래액 규모로도 연간 17조 원에 달하는 국내 3위권의 대표적인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간편결제 플랫폼 가운데 월 이용자수로는 카카오페이 2000만명, 네이버페이 1400만명에 이은 수준이며, 가장 많이 결제한 온라인 서비스로는 지난해 기준 네이버(20조원)의 뒤를 잇는 규모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가 외부 쇼핑몰과 오프라인에서도 서비스하는 것과 달리 쿠페이는 쿠팡과 쿠팡이츠에서만 이뤄진다.
특히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도 매력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간편결제 서비스 결제금액은 2016년 26조8808억 원에서 2018년 80조1453억 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이용 건수도 지난 2016년 8억5000만 건에서 2018년 23억8000건으로 크게 성장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간편 결제 시장은 더욱 덩치를 불릴 것으로 보인다.
후불 결제시스템 진출도 예상된다. 이달 초 쿠팡은 특허청에 ‘나중 결제’라는 상표를 등록해 관련 분야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후불결제는 물건을 미리 사고 나중에 돈을 지불하는 서비스로 사실상 신용카드 기능이다. 앞서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최대 30만 원까지 후불 지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도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 서비스에도 진출을 포석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말 쿠팡은 쿠팡페이 설립 소식을 알리면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간편결제를 넘어 고객을 위한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종합 핀테크 플랫폼을 강조한 만큼 금융 서비스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비슷한 사례로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가 꼽힌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 4월 자사 내 있던 핀테크 사업을 떼어내 카카오페이를 설립했다. 이후 카카오페이증권까지 인수해 펀드 판매까지 나서며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도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을 분사시키고 네이버 통장을 출시했다. 이를 토대로 자산 조회·신용정보 조회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실제 쿠팡이 모델로 삼고 있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역시 아마존페이와 알리페이를 앞세워 종합 핀테크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대출중개, 신용평가, 온라인 펀드, 보험 등 금융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집중하고, 별도 법인을 통해 쿠팡페이는 먼저 온오프라인 사용처를 확대하는 등 간편결제시스템로 시작해 멀리 보면 금융 서비스 등의 사업 진출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