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국가 비전이 나온 지 벌써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12월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하면서부터다. 제1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이 나온 2008년을 기점으로 하면 12년이 지났다.
과연 정부가 공언한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했을까! 성적표만 보면 낙제점이다. 금융중심지 여부를 판단하는 외국계 금융사 진입은 2015년 말 166개에서 지난해 말 162개로 오히려 줄었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과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 실적을 합해서 구한 ‘국내외 금융사 진출입 실적’ 성과지표에 따르면 2015년 48개, 2017년 37개, 지난해 24개로 감소 추세다.
글로벌 유수 기업을 보유 중인 제조업과 달리 낙후된 금융업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허브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기회가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K방역이 주목을 받으며 한국이 안전지대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뉴욕(미국), 런던(영국)과 함께 세계 3대 금융허브로 불리는 아시아 주요 금융허브 홍콩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반대에도 ‘홍콩 국가보안법’을 끝내 시행함에 따라 ‘동양의 진주’로 불리던 홍콩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지난 1일부터 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미국이 이에 맞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한 후 홍콩의 장기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방역으로 세계의 신뢰를 얻은 여세를 몰아 한국이 중국으로 통하는 새로운 창구역할을 할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