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라이벌인 대만의 'TSMC'가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합류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RE100 가입'이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RE100 가입 독려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산업용 전기료와 비교해 비싼 재생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걸림돌인 모양새다.
27일 기후변화분야 전문가 네트워크인 '글로벌 전략 커뮤니케이션협의회(GSCC)'에 따르면 이날 TSMC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RE100은 최소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구글,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GM, BMW, 이케아 등 24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TSMC는 매출은 삼성전자에 뒤지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삼성을 제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TSMC는 삼성전자가 18.8%에 그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50%가 넘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시가 총액이 가장 높다.
문제는 TSMC가 RE100에 가입하면서,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사용 관련으로 매우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이 'RE100'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출에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구글이나 BMW 등 초일류 기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RE100 선언을 했는데, 이는 앞으로 한국이 수출을 못 한다는 말"이라며 "당장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것 아니면 납품을 못 한다. 이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기업 중에서는 LG화학이 처음으로 RE100에 합류했으며 SK하이닉스도 애플과 친환경 동맹을 맺고 RE100 가입을 검토 중이다.
정부도 기업의 RE100 참여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시범사업을 추진, 삼성전자·삼성SDI·SK하이닉스·두산중공업 등 23개 기업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배출권 가격에 녹색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사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녹색요금제'도 도입된다. 다만, 산업용 전기료와 비교해 비싼 재생에너지 가격은 RE100 추진의 걸림돌이다.
이에 정부는 RE100 이행수단 마련을 위해 발전사와 한국전력, 기업 3자 간 전력 거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PA)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