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작 중요한 문제로 여겨졌던 이중과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몇 가지 쟁점들만 이전보다 완화하면서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라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금융투자소득 도입과 주식 양도소득 과세 확대 시행에 맞춰 국내 상장주식으로 2000만 원 넘게 번 개인투자자들에게 2000만 원을 뺀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 과세를 예고했다. 지금껏 양도소득세 없이 주식 투자를 했던 소액 개인투자자들도 모조리 과세 대상이 된 것이다. 또 주식을 거래할 때 내는 증권거래세는 0.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2023년 금융투자소득 전면 시행에 따른 양도세가 1조9000억 원 증가하고, 거래세 인하로 1조9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 세제개편은 중립적이고 절대 증세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없던 양도소득세가 신설된 데 따른 조세 저항에 더해 거래세 폐지에 대한 로드맵은 제외해 투자자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소득세 신설과 거래세 존치는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것이 쟁점이었다. 이러한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이어져 여당 의원이 이를 보완할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양도세와 거래세 폐지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이 줄을 잇는 등 세제개편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다. 세법개정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재검토를 주문했다.
그리고 닷새 뒤 발표된 세법개정안을 접한 개인투자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공통된 생각은 ‘조삼모사’였다. 양도세 신설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려고 상장주식에 대한 기본공제를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원천징수 기간을 월별에서 반기별로 확대했으며 이월공제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개선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중과세의 빌미가 된 거래세 폐지에 대한 로드맵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거래세 1차 인하 시기를 2022년에서 2021년으로 1년 앞당겼다. 2차 인하 시기는 2023년으로 변동이 없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양도세가 선진화 방안인 것은 분명하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자본시장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이 거래세 없이 양도세만 부과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거래세 인하 시기를 1년 앞당기는 것으로 이중과세 논란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사그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기대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시장에서도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지출했어야 할 10조 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기금 없이 주식시장을 떠받친 동학개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spd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