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운용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중 현대자동차는 업계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대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혁신을 도입하겠다는 목적으로 현대차는 2000년 4월부터 CVC 활동을 이어왔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지엠(GM), BMW, 토요타(Toyota) 등의 CVC가 2010년 이후 설립된 것과 비교해 10년이나 앞선 것이다.
이투데이는 최근 현대차의 혁신 기술 실현을 위한 기업을 발굴·투자하는 CVC팀의 리더인 신성우<사진> 팀장을 만났다. 그는 현대모비스 연구소를 거쳐 상해 CEIBS에서 MBA를 마치고 증권사와 SK이노베이션에서 중국 인수합병(M&A)과 사업 개발 담당을 지냈다. 2011년부터 현대차 CVC에 합류해 스타트업 투자활동 업무를 맡고 있다.
그가 이끄는 CVC팀은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있으며, 현대차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크래들과 협력해 해외 전역의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고 있다. 현대차 CVC팀은 매년 평균 25건 이상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투자 지역도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이스라엘 등 다양하다.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 건으로 ‘사운드하운드(SoundHound)’를 꼽았다. 신 팀장은 “현대차 CVC에 입사한 후 운이 좋게 처음으로 투자한 실리콘밸리 AI스타트업인 사운드하운드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으로 성장했다”며 “당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 문화와 현지 투자 관습에 익숙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으나 결국 사업부 주도로 양산 적용까지 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 CVC팀은 자동차의 큰 변화 분야인 모빌리티를 비롯해,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차 등을 주요 투자 분야로 삼고 있다. 이를 넘어 주목하고 있는 투자군에 대해 묻자 신 팀장은 “최근에는 모빌리티에 부합하는 언택트 기술과 전동화의 게임 체인저인 수소연료전지를 중점 투자 분야에 추가했다”고 답했다.
그는 “고객이 공유 모빌리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항균, 서비스, 커넥티드 기술에 대해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이와함께 수소를 더욱 친환경적으로 생산하고 경제적으로 시장에 제공하기 위해 수소 전후방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방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CVC는 현대차가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 플레이어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신 팀장은 현대차 CVC만의 강점으로 ‘삼자관계’에 기반한 협력을 꼽았다.
그는 “현대차 CVC는 스타트업 · CVC · 사업부 3곳이 하나의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협력을 하는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 모델의 장점은 투자 수익 자체 보다 투자 이후 공통된 혁신 목표 달성이 더욱 중요시 돼 전략적 투자관계에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게 된다”고 말했다.
9년 간 현대차에서 스타트업 투자 업무를 경험한 신 팀장은 “CVC도 구성원 스스로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일해야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CVC팀의 리더로서 모든 투자에 전략적 목표를 정하고 혁신 사업이 완료 될 때까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