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를 사이에 두고 협업 강화에서 나섰던 재계 총수들이 두 번째 회동을 시작했다.
이른바 'K-배터리'가 1차 회동의 중심이었다면 2차 회동은 미래차 전략을 앞세운 'K-모빌리티'가 핵심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2차 회동 역시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다양한 전장 기술과 자동차용 반도체, 인공지능 기술 등을 쥐고 있는 삼성그룹이 현대차그룹과 협업 확대를 통해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모색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LG그룹과는 디스플레이 패널과 전자장비를 매개체로 2차 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SK그룹 역시 배터리를 넘어 5G(5세대 이동통신), 빅데이터, ICT(정보통신기술) 자율주행 분야에서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2차 회동에 대거 등장한 자율주행 부문 임원=2차 회동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뒤를 지킨, 각 그룹 수행 임원들의 명단만 봐도 이들의 미래 전략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앞서 지난 5월 이뤄진 1차 회동에 이어 답방 형태로 이뤄진 2차 회동은 삼성전자의 주요 기술이 얼마만큼 자동차에 접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삼성전자는 이미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5G, 모빌리티 등에서 핵심 경쟁력을 쥔 상태다.
실제로 1차 회동 때는 배터리 사업을 추진해온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전면에 나섰다. 이때 현대차그룹에서는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 본부장이 정 수석부회장의 뒤를 지켰다.
이와 달리 2차 회동에서는 자율주행과 미래차 분야를 주도한 양사의 임원들이 전면에 나섰다.
삼성전자에서는 1차에 나서지 않았던 강인엽 삼성전자 LSI사업부 사장이 등장했다.
LSI사업부는 삼성전자 DS((Device Solutions) 부문 내 유일한 R&D 전문 사업부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5G △오토모티브 등 미래차의 핵심이 되는 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시대를 선도할 핵심 기술인 ‘신경망 처리장치’ 연구인력을 2000명 규모로 10배 이상 확대한다고 공언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강 사장의 카운터 파트너로 박동일 연구개발기획조정담당 사장이 나섰다.
현대차그룹의 전반적인 미래전략 기술을 지휘하는 박 사장은 지난해까지 자율주행차 개발 전반을 이끌었다. 그는 단순하게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율주행차의 실질적 확대를 위한 실증작업과 사회 인프라 구성까지 전략 전반을 지휘해 왔다.
◇LG는 디스플레이, SK는 5G와 빅데이터로 협업 영토 확대=앞서 협력관계를 공고히 했던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2차 회동 가능성도 커졌다.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자동차용 패널의 공급분야에서 협업이 기대된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에 OLED 패널을 공급 중이다.
올해 초, 전장사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사업 재편도 추진한 만큼 이 분야 협업도 예상된다.
LG전자는 작년 말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의 차량용 램프 사업을 오스트리아 차량 조명업체 ZKW로 모두 이관했다. LG전자는 2018년 ZKW를 인수하면서 처음 자동차 전장 분야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사업 재편으로 차량용 램프 사업은 ZKW가 전담하게 됐다.
글로벌 700만 대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현대차그룹과의 협업 역시 LG전자에 적잖은 장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도 5G 통신과 빅데이터, ICT 자율주행 관련 협업을 확대하며 K-모빌리티 전략을 구체화한다.
무엇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모빌리티는 물론 인프라 사업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SK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ㆍLG그룹과 협업하기 어려운 분야다.
이처럼 4대 그룹 총수가 잇따라 회동을 거듭하며 협업을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역에 보호무역주의가 뚜렷해지고 분야별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서 한발 앞서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삼성을 비롯한 국내 주요기업이 이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찾기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연구개발의 핵심인 남양연구소에 국내 기업 총수가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측이 마지막 ‘패’까지 내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