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을 차지하려는 젊은층의 경쟁이 바늘구멍을 방불케 한다. 부동산 대책 남발로 시장이 혼돈에 빠진 와중에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워낙 낮은데다 집값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청약시장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21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옛 개포주공1단지) 특별공급 청약은 100가구 모집에 2208명이 통장을 던져 평균 22.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67가구를 모집한 신혼부부 특공 물량엔 1720명이 몰렸다.
같은날 강북지역에선 노원구 상계동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특공에 8792명이 청약 신청에 나섰다. 이 중 신혼부부 특공에 쏟아진 청약통장만 8000개에 가까웠다. 올해 상반기 나온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흑석3구역 재건축·6933명), 호반써밋목동(신정동 2-2구역 재개발·5537명)의 신혼 특공 신청 건수를 압도하는 수치다. 총 139가구 공급에 7856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57대1을 기록했다. 84㎡A(이하 전용면적)가 77대1로 경쟁이 가장 뜨거웠다.
젊은층이 특공 물량을 두고 이처럼 치열하게 싸우는 건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전용 59㎡형의 분양가는 4억4400만~4억7700만 원대, 전용 84㎡형은 최고 6억3500만 원 수준이다. 인근 '상계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59㎡형과 84㎡형은 각각 8억 원, 10억 원을 호가한다. 당장 마련해야 할 자금 부담이 적고, 약 3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까지 가능한 셈이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시세 차익은 7억 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특공으로 나온 전용 34㎡형은 6억3363만 원에서 7억519만 원 수준에 분양가가 매겨졌다.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전용 84㎡보다도 비싼 값이다. 하지만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옆 단지인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에선 비슷한 면적(전용 49㎡형)이 지난달 15억5000만 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는 최고 17억 원에 달한다.
특히 특공 중에서도 강남권 물량은 희소 가치가 크다. 투기과열지구에선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기면 특공 물량으로 배정되지 않는다. 강남권 신규 단지에서 특공을 찾기 어렵거나, 나오더라도 초소형에 불과한 이유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도 특공 물량도 전용 34㎡A, B형 뿐이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방이 하나만 있는 초소형 면적에 강북 30평대 아파트값을 넘어서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과 투자 가치가 크다는 판단에 일단 잡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집값 상승세도 특공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다. 정부가 한 달 새 6·17 대책과 7·10 대책 등 부동산 규제책이 잇따라 나왔지만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굳건하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에선 되레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재건축 분양권 2년 거주 의무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대책 여파에 서울 전셋값 역시 55주 연속 강세다.
장 팀장은 "기존 주택, 청약시장 모두 젊은층이 진입하기엔 장벽이 높은 상황에서 7·10 대책을 통해 신혼부부 특공 소득 요건이 다소 완화됐지만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이 여전하다"며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돼 시세 차익이 더 커지면 특공 물량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