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품을 기획하는 ‘팬슈머’와의 소통 강화을 강화한 것이다. 팬슈머는 ‘팬(fan)’과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말한다.
1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소비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다시 관여로 바뀌면서 기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패션업계는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브랜드 정체성을 정하고, 제품의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등 팬슈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해마다 다양한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하는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밀레니얼 세대의 의견을 제품을 반영하기 위해 대형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할 때마다 고객 사전 설문을 진행한다. 2018년 해리포터 콜라보, 지난해 토이스토리와 올해 기생충, 펭수 콜라보 라인까지 대형 콜라보 컬렉션을 출시하기 전 스파오 공식 SNS를 통해 제품의 구체적인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받고, 소비자의 다양한 조언을 새겨듣는다. 스파오는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소비자 의견을 받지만, 참여자 가운데 70%가 10~20대다.
팬슈머의 참여로 탄생한 콜라보 라인은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올해 출시한 펭수 콜라보의 경우 고객 사전 설문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고, 다수의 소비자가 출시를 원했던 펭수 파자마는 출시 10분 만에 전량 판매됐고, 홈페이지 대기 고객이 약 6000명 발생했다. 또 2018년 7만 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로 탄생한 해리포터 콜라보는 오픈 한 시간 만에 25만 장이 팔리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스파오는 현재까지 팔린 콜라보 상품 매출은 누적 1500억 원, 수량은 800만 장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7월 남성 캐주얼 브랜드 엠비오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재탄생시키며 팬슈머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엠비오 재탄생 과정에 밀레니얼 세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사내 밀레니얼 남성 직원들(1984년 1월 1일 이후 출생)로 구성된 품평단 ‘엠버서더(MVassador)’와 소통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세우고, 상품을 기획했다. 엠비오는 브랜드 로고를 엠버서더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시안으로 결정했고, 최초 상품 기획 단계에서 공청회를 진행해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과 니즈를 듣고 이를 반영한 스타일을 중심으로 기획했다. 엠비오는 브랜드 론칭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내 팬슈머인 엠버서더의 도움을 받고 있다. 시즌마다 샘플 품평 및 상품 컨벤션에 참관해 실제 착용 후 디자인, 소재, 컬러, 패턴 등 관련 개선 피드백을 주면 엠비오는 이를 바탕으로 수정 작업을 거쳐 상품력을 높이는 식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 관계자는 “엠비오는 밀레니얼 남성들의 취향을 철저히 반영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한 결과 ‘팬츠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올여름에는 마실 슬랙스·치노팬츠 등 여러 스타일이 리오더에 들어가는 등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라고 말했다.
질스튜어트스포츠 팬슈머는 2021년 봄·여름 시즌 제품 기획 및 홍보 활동을 수행하며, 월 1회 정기 미팅 및 품평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는 유행에 민감한 업계인 만큼 주력 소비자인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과 의견을 제품의 기획과 제작 과정에 반영하는 팬슈머와의 소통이 강화하는 추세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면 제품의 만족도를 높이고 충성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라며 “실제로 팬슈머와의 소통으로 탄생한 제품의 반응 또한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