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캐빈승무원에게 어학자격 등급에 따라 지급되는 캐빈어학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 씨 등 23명이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매년 짝수 달에 기본급과 근속수당을 합한 금액을 기준으로 상여금을 지급했다. 또 국제선 캐빈승무원을 대상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공인어학자격시험 취득점수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한 뒤 등급에 따라 매월 캐빈어학수당을 지급했다.
A 씨 등은 캐빈어학수당과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월 소정근로시간 산정이 잘못돼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가 실시한 휴일대체제도도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캐빈어학수당 등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회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은 회사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여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근로자들에게 추가법정수당을 지급한다면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며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신의칙 인정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캐빈어학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임금협약에 따라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캐빈어학수당이 소정 근로의 가치 평가와 무관하게 오로지 동기부여 및 격려 차원에서만 지급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선 승무원으로 근무한 원고들의 외국인 고객 응대 등의 업무는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라며 “외국어 어학자격등급 유무, 취득한 등급의 수준에 따라 제공하는 외국인 고객 응대 등 소정 근로의 질이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