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ㆍ카카오 웹툰 놀라운 성장세...과제는?

입력 2020-07-17 11:30 수정 2020-07-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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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필두로 한국 웹툰이 글로벌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만화·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으로 여겨지던 북미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한국 웹툰의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번역과 콘텐츠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는 애정어린 조언도 이어지고 있다.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 만화)의 합성어다. PC나 스마트폰 환경에 맞춰 제작된 디지털 만화로 한국은 인터넷 기반 특유의 만화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존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의 전통 강자는 미국과 일본이다. 지난해 발간한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 연구’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0년 국가별 만화시장 규모에서 일본은 40억 3800만 달러, 미국은 10억 5600만 달러로 각각 1,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국가별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에서는 미국이 15억 7600만 달러, 일본은 5억 2100만 달러로 각각 1,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카카오 무서운 성장세..해외 공략도 활발

▲네이버웹툰은 인기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 ‘연의 편지’, ‘나노리스트’  (사진제공=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인기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 ‘연의 편지’, ‘나노리스트’ (사진제공=네이버웹툰)

한국 웹툰은 글로벌 만화·애니메이션 시장에 맞춤형으로 접근하고 있다. 북미 만화·애니메이션 시장은 출판물 위주다. 가판대나 편의점, 슈퍼 등에서 판매하는 코믹스 실물 잡지 위주로 독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한다. 마블이나 DC코믹스 중심의 유통 시장 구조가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다. 라인웹툰(미국 네이버웹툰)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여신강림’, ‘스위트홈’ 등 40여개 국내 작품을 번역해 제공하면서 현지 작가들을 발굴하는 전략을 택했다.

네이버웹툰의 한국 시장 개척 노하우가 도움이 됐다. 네이버웹툰은 ‘도전 만화’를 통해 아마추어 작가들도 작품을 올리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 정식 연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노블레스’와 ‘어서오세요, 305호에’, ‘죽음에 관하여’ 등 인기 작품을 배출하는 창구였다. 미국 라인웹툰에도 아마추어 플랫폼인 ‘캔버스(canvas)’ 서비스를 제공해 현지 작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라인웹툰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작품인 ‘Lore Olympus’, ‘Castle Swimmer’가 그렇게 탄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Lore Olympus’는 한국 독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7월내 국내 네이버웹툰 서비스에도 제공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웹툰을 기반으로 국경을 뛰어넘는 유통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고무적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지난 5월 말 한국(네이버웹툰)·미국(웹툰엔터테인먼트)·일본(라인디지털프론티어)로 나뉘어있던 기업들을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에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콘텐츠 시장인 만큼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미 시장에서 월간 순 방문자(MAU) 1천만명 달성, 미국 라인웹툰의 MAU 2년간 연평균 71% 성장 등이 자신감을 심어줬다. 같은 서구권 문화를 공유하는 프랑스·스페인 웹툰 시장도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을 선호하는 만큼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화와 드라마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계약우정, 저녁같이드실래요, 쌍갑포차, 정상회담 이미지.  (사진제공=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지는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화와 드라마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계약우정, 저녁같이드실래요, 쌍갑포차, 정상회담 이미지. (사진제공=카카오페이지)

카카오의 일본 시장 공략도 눈여겨볼만 하다. 카카오는 라인망가(일본 네이버웹툰)가 서비스를 시작한 2013년 4월보다 늦은 2016년 4월 픽코마를 설립했다. 일본 웹툰 시장의 후발주자인 셈이다. 최근 일간 유저수(DAU) 기준, 만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서 라인망가와 1, 2위를 다투는 중이다. 특히 일본 만화가 2만4409개인 데 반해 한국 작품은 333개에 불과함에도 5월 기준 전체 매출의 38.2%를 차지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처음에는 일본 대형출판사가 픽코마에 작품을 제공하지 않으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된 ‘이태원 클라스’가 ‘롯본기 클라스’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고, ‘나 혼자만 레벨업’이 누적거래액 120억원을 넘긴 점 등을 비춰볼 때 진입장벽이 높았던 일본 시장에 한국 콘텐츠가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카카오는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IP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CP사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고 해외 시장에 알리는 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웹툰 플랫폼 회사들의 동남아 시장 공략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라인웹툰은 일찍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 인도네시아·태국의 1위 코믹스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카카오도 동남아의 콘텐츠 유통사를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동남아 진출의 기틀을 닦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IT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한국에 비해 인구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동남아 시장의 경우 웹툰 문화를 빠르게 습득하고 독자뿐 아니라 직접 작가가 되고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 맞춤형 번역과 콘텐츠 다양성 확보해야

웹툰 산업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웹툰 콘텐츠가 생활 밀착형 언어로 전개되는 만큼 이를 적절히 번역해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비용 문제를 떠나 찰진 언어를 쓸 수 있어야 한다”며 “내용 정확도뿐 아니라 한국의 감성이 적절히 전달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네이버웹툰은 9개 언어로 서비스하며, 제공하는 언어권 이외 지역의 독자들을 위해 현지인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하는 ‘참여 번역’ 페이지를 지원하고 있다.

웹툰 산업에 장기적인 과제도 주어졌다. 웹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콘텐츠 산업의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따는 것.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이 시기를 잘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작품을 너무 빠르게 생산하거나 트렌드에 편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콘텐츠의 하향평준화와 특정 장르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창 유쥬얼미디어 이사장도 “소비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생산으로 재투자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며 “웹툰 제작과 관련해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덧붙여 “한국의 웹툰 산업이 크게 성장한 만큼 해외에서도 역으로 웹툰 산업에 진출하려고 하고 싶어할 수 있다”며 콘텐츠 내실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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