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7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에 대한 대출한도 8조 원과 함께, 1차 선순위 대출로 1조7800억 원을 의결했다. 실제 대출은 다음 주 중 이뤄질 예정이다. 이로써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영리기업에 대한 대출에 나서게 됐다.
한은은 캐피털콜(Capital call·수요가 있을 경우 투자금 집행) 방식으로 대출을 시행할 예정으로, 이번 1차 대출을 포함해 총 4차례로 나눠 대출할 계획이다.
이는 SPV가 우선 3조 원 규모로 출범키로 한 데 따른 결정이다. 한은 1차 대출금과 함께, 정부가 산업은행에 출자한 1조 원, 산은 후순위대출 2200억 원이 보태진다. 산은은 SPV 출범 전부터 시장 안정화를 위해 3000억 원 규모로 선매입을 실시한 바 있다.
SPV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 원 등 각종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코로나19 피해기업 등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A등급 이하 비우량채 시장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설립이 추진됐다.
한편, SPV는 손실을 최소화하되 A등급 이하 매입비중을 70%(AA등급 30% 이상, A등급 55% 내외, BBB등급 이하 15% 이하)로 결정했다. 아울러 동일 기업 및 기업군에 대한 매입 한도를 전체 지원액의 2% 및 3% 이내로 제한키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자보상비율 2년 연속 100% 이하 기업은 매입대상에서 제외된다.
한은 관계자는 “산은이 선매입해 놓은 것도 있어 SPV가 3조 원 규모로 출발하게 됐다. 나머지 7조원도 3차례에 걸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손실을 최소화해야겠지만 A등급 이하 채권을 70%로 결정한 것은 파격적인 조치로 시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출기간은 대출취급일로부터 1년 이내며, SPV 대출실행 시한은 SPV 설립일(14일) 이후 6개월이다.
한편, 한은이 한은법 제80조에 따라 영리기업에 대한 대출을 시행한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2월 종금사 업무정지 및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총 3조 원을 대출(실제 대출 1조9985억 원)키로 한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