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홍콩 정상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홍콩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경제에 이례적이며 비상한 위협이 된다”며 “이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정부 각 부처에 15일 이내 행정명령에 적시한 각종 조치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행정명령에는 홍콩이 그동안 다양한 부문에서 미국으로부터 받았던 우대 조치를 철회하거나 양측의 협력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홍콩 여권 소지자를 중국인과 동일하게 대우하며 홍콩 수출에 대한 라이선스 예외를 철회한다. 홍콩의 민주적 절차나 제도를 훼손하는 행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자산을 동결한다. 홍콩 난민 수용 규모 재할당을 통해 중국의 박해를 피해 도미한 홍콩 주민을 난민으로 규정, 그 수용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협정을 중단하고 경찰과 안보 관련 요원 훈련도 종료한다. 풀브라이트 장학생 프로그램 등 기타 협력도 끝낸다.
이 가운데 시장은 트럼프가 행정명령과는 별도로 서명한 ‘홍콩자치법’을 세계 금융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는 최대 위협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 초 미국 상·하원에서 통과돼 이날 트럼프의 서명으로 성립된 홍콩자치법은 홍콩보안법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은 물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에 대한 제재를 골자로 한다. 이대로 제재가 실행되면 중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금융기관이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려했다.
홍콩자치법에 담긴 미국의 경제 제재는 크게 2단계다. 첫 번째는 미국 국무부가 90일 이내에 홍콩 자유와 자치를 침해한 개인이나 단체를 특정하고 달러 자산 동결 등 제재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융기관에 이들 개인이나 단체와 거래를 끊을 수 있는 1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가한다는 것이다.
제재는 중국의 미국 달러 조달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은행에 의한 융자 금지, 외환거래 금지, 무역 결제 금지, 미국 내 자산동결, 미국에서의 투자와 융자 제한, 미국에서의 수출 제한 등 8가지다.
특히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등 중국 대형은행의 달러 거래를 조준하고 있다. 미국 달러 결제망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운영하는 ‘페드와이어(Fedwire)’와 월가가 운영 주체인 ‘칩스(CHIPS)’ 등을 통해 하루 3조 달러(약 3602조 원)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중국 은행들이 여기서 배제될 위험에 놓인 것이다.
기축통화인 달러로의 접근이 봉쇄되는 것은 중국에 엄청난 위협이다. 중국 기업의 무역 결제는 물론 신흥국 인프라 투자 등 ‘일대일로’ 사업에도 달러가 쓰이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렇게 중국을 달러 경제권에서 축출하면 중국 은행들이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국제 금융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서구권 은행이 트럼프 정부의 제재를 따른다면 홍콩보안법에 따라 중국의 보복 조치를 받을 수 있는 등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미·중 균열에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