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은 2010년대 초반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꼽혔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인수 거래가 뜸했다. 대신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이 두드러지고 있다. 포스코가 대규모 인수전에 이름을 올린 지 7년이 지났으나 최근에도 2차전지 관련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등 포스코를 향한 M&A 시장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포스코 최대 M&A’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포스코는 2010년대 초반 대규모 M&A에 힘을 쏟았다.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09년부터 2014년 초까지 진행된 대규모 M&A 및 지분투자는 7조 원 이상이다. 2009년 철금속 압연, 압출 및 연신제품 제조사인 대한ST 지분 85%를 600억 원에 인수했으며 성진지오텍 지분 40.38%를 1592억 원에 사들였다. 호주 광산개발업체 AMCI와 자원개발 투자업체 로이힐 지분도 각각 1947억 원, 1조7790억 원에 인수했다.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인수는 포스코그룹 최대 M&A이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0.31%를 3조3723억 원에 인수했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그룹의 ‘효자’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에 인수된 이수 사업 다각화를 이룬 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2013년 글로벌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이 보유한 캐나다 철광석 광산 지분 15%를 11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대규모 M&A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7조 원에 달하는 M&A 중 재무적 손실로 끝난 사업들이 많았던 탓이다.
◇2차전지 소재 시장 ‘인수 후보’ 거론에도 “계획 없다”=포스코는 지난해 4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를 합병해 포스코케미칼을 출범했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이에 2차전지 관련 기업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포스코가 인수 후보로 언급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2차전지 소재인 동박 제조업체 KCFT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랜 침묵을 깨고 M&A 시장에 복귀하는 것인지 관심이 쏟아졌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올해에도 두산솔루스가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 후보 중 하나로 포스코가 거론됐다. 포스코는 인수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4월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케미칼의 주도로 차세대 사업인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집중한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2차전지 소재사업과 관련한 인수합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내부 역량을 활용하고 점차적으로 추가 설비를 증설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했다는 설명이다.
◇인수보다 매각…구조조정으로 ‘재무 개선’=최근 몇 년 동안 포스코는 실적이 부진한 사업들을 매각해왔다. 앞서 대규모 M&A로 악화한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2015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계열사인 포스코하이알을 정리했다. 같은 해 영국 해외법인 벡터스를 매각하는 등 고강도 경영 쇄신 작업으로 국내외 자회사들을 정리해왔다. 이에 포스코의 종속회사는 2015년 말 기준 213개에서 2016년 198개, 2017년 179개, 2018년 172개, 2019년 163개로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법인 SS비나 지분 100% 중 49%를 일본 야마토그룹에 매각했다. SS비나는 2015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중국의 광동순덕포항강판과 아랍에미리트 법인도 매각했으며 국내에서는 고순도 페로실리콘 생산공장을 심팩홀딩스에 넘겼다.
비핵심 및 저수익 사업 구조조정으로 포스코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1분기 말 기준 5조 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비축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구조조정을 지속해 신성장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비핵심, 저수익 사업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하는 한편, 미래 성장투자 소요를 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