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제철의 한 임직원이 사내 소통 채널 ‘투 씨이오(TO. CEO)’에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회사가 오래전부터 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제 진행 상황이 어떻냐는 것이다.
직원의 날카로운 질문에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사진> 은 직접 “기존에 있던 22개 회의체를 10개로 축소했다”며, 앞으로도 방향성에 대해 계속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3월 개설된 TO. CEO는 직원들이 메일로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익명으로 전달하면 안 사장이 답하는 프로그램이다. 안 사장의 답변은 모든 직원에게 공유된다. 채널에 대한 아이디어도 안 사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까지 TO. CEO를 통해 직원들이 던진 질문은 약 20여 개였다.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익명성 보장 여부 등 질문 종류도 제각각이다. 곤란한 질문에도 안 사장은 직원들의 궁금증 해결에 나섰다.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제도에 대해서는 그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사업장이 있는 충남 당진과 수도권 간 통근 버스 운영이 안 되냐는 지적에 “지역 공공기관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당진시 인구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즉각적인 개선은 어렵지만, 개선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고려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안 사장은 작년 3월 취임 이후 줄곧 소통을 중시했다. 임직원 간 의견 교환이 제대로 이뤄져야 비로소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올해 임직원들에게 비효율적인 서면 보고 금지령을 내렸다. 서면 보고를 원천 차단하고자 3월부터 결재판 사용 금지 조치도 시행했다. 전자 보고도 결정 변경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라고 권고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철광석 가격 상승 등 여러 악재를 만났다.
최근에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당진제철소에 있는 전기로 열연공장 설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불확실성 증대로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가 확실시된다.
위기 상황에서 안 사장은 소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달 내부혁신 과제로 ‘수평적 소통 문화’를 꼽으면서 “리더(임원들)의 열린 마음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열어 직급에 구애 없이 다양하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