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900여 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이다. 공사에 따르면 2017~2019년의 사무직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이 평균 195.6대 1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간단한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입사한 보안검색 용역업체 직원들이 정규직의 처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 많은 취업준비생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논란의 불길은 삽시간에 커졌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3일 게시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4일 현재 34만1902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온라인에서는 ‘부러진 펜’ 사진을 공유하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SNS상 언급도 급증했다. 트위터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트위터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다름 아닌 ‘비정규직’이었다. 트위터의 주된 사용자층인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인천공항공사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된 결과였다.
이투데이가 만난 취업준비생 대부분은 인국공 사태를 대체로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정규직을 하고 싶다면 남들과 같은 절차를 밟고 들어가면 된다”(권혁채·27), “1900명이나 되는 인원을 뽑았으니 신입 채용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동근·27), “취준생과 노력해서 입사한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밖에 없다”(이주형·27) 등의 반응이다. “불만을 표출하는 취준생들에게 훈계하듯 ‘공채만 공정하냐’고 발언하는 여당 의원을 보며 분노했다”는 이도 있었다.
이번 논란이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진 공정과 정의의 기준에 대한 고민거리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싼 취업 경쟁 속에서 정치적으로 추진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청년층의 아픈 곳을 깨물었다는 것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소외와 박탈감이 이번의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며 “특히 대통령이 방문해 지시를 내린 특정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는 데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