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와 한국GM 노동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다. 통상임금 청구소송과 관련해 경영상의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본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9일 쌍용차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소송에서 회사의 신의칙 항변 주장을 인용한 원심을 확정했다.
쌍용차 근로자 13명은 2010년 3월경부터 2013년 11월경까지의 상여금과 그 외 수당 항목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 법정수당 차액과 이를 포함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퇴직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 합계는 5억여 원 수준이었지만 2013년 체결한 노사합의서를 고려하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회사가 지급해야 할 추가 부담액 추정치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200여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1·2심은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나 지급을 명할 경우 피고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들의 법정수당과 퇴직금 청구는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봐야 한다”며 상여금을 제외한 수당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애초 합의한 임금수준을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얻지만 피고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지출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쌍용차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큰 폭의 적자를 냈고 2009년에는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던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한 추가 법정수당 청구에 있어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없다”고 결론 냈다.
같은날 대법원은 한국GM 생산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2014년 근로자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를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된 바 있다.
파기환송심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하게 돼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춰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며 회사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신의칙 항변을 인용한 원심을 수긍한 거의 첫 번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해 추가 법정수당 지급을 청구하는 사건에서 신의칙에 위배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에 관해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청구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고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회사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