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후배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마이웨이를 걷는 윤 총장이 검찰의 '자존심'을 살려준다는 의미와 동시에 자신들 앞날에 대한 걱정도 담겨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민주적 통제를 강조하는 검찰개혁 기조에 정권과 각을 세우며 부당함에 맞설 수 있는 곧은 검사이지만, 부러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공존한다.
결국 그 걱정은 현실이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윤 총장은 '마뜩지 않다'는 메시지를 곁들였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검찰 조직 입장에는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언제든 박탈당할 수 있다는 안좋은 선례가 남았다.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 팀장이었던 2013년, 국정감사장 증인으로 나와 "상부의 외압이 있다"고 폭로했다. 좌천 이후 중앙 무대로 올라온 윤 총장은 '적폐 청산' 수사에 임하면서 '검사의 전형'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간다는 점에서 그랬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시작으로 윤 총장의 소신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과도한 검찰권 행사'라는 비판 속에서도 검찰 내에서 만큼은 윤 총장의 소신은 지지를 받았다.
이때부터 윤 총장에 대한 평가는 양쪽으로 갈렸다.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는 '윤석열 사퇴'와 '윤석열 지지'를 외치는 상반된 두 진영의 천막이 나란히 세워져 각자의 확성기를 틀었다.
또 다시 그를 심판대에 오르게 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경우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측근 감싸기'를 시도했다고 보고 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검찰 독립성 침해라는 오점을 남겼다.
'마지막 검사'라는 칭송 밑에는 윤 총장의 '소신'에 뒤따르는 일을 처리하느라 고생만 하고 빛은 못 보는 것 아니냐는 후배들의 볼멘소리도 섞여있다. 인사권자와 불필요한 각을 세우며 검찰 조직에 분란을 일으켰다는 비판도 새어나온다.
1994년 검사 임용 당시 윤 총장이 외쳤을 검사선서는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로 시작한다. 검찰총장이 된 지금이야 말로 가장 필요한 말이다. 검찰 조직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뜻을 굽히지 않을 때 후배 세대에서도 '소신 검사'가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