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뉴 노멀’이 된 국가간 분쟁…반사이익 노리는 한국

입력 2020-07-12 13:26 수정 2020-07-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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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중국산 저가 타이어 사실상 퇴출…인도 차시장 경쟁력 당분간 지속 성장

중국과 인도의 국경갈등이 우리 스마트폰과 전자업계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진 것처럼 글로벌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가 분쟁이 때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근본적 경쟁력 확대가 아닌, 외적 요인에 의한 성장은 한계가 뚜렷하다. 정치와 경제ㆍ문화ㆍ역사 등 외적 요인에서 시작한 반사이익은 국가 간 상황에 따라 언제든 소멸할 수 있다.

그만큼 반사이익을 기회를 활용해 재투자에 나서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와 인도의 국경분쟁으로 인해 인도 현지에서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력이 크게 위축됐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차의 현지 시장 점유율 2위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아차 인도공장 준공식에서 '자간 모한 레디' 안드라프라데시주 주수상이 셀토스에 기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중국와 인도의 국경분쟁으로 인해 인도 현지에서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력이 크게 위축됐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차의 현지 시장 점유율 2위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아차 인도공장 준공식에서 '자간 모한 레디' 안드라프라데시주 주수상이 셀토스에 기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리먼쇼크 이후 자국산업 보호 기조 확산=주요 국가가 전투적으로 자국산업 보호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하나를 양보하고 더 큰 하나를 얻는다”는 무역 기조에서 “하나조차 양보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명제가 떠올랐다. 이른바 ‘뉴 노멀’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ㆍ중 무역분쟁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홍콩의 자치권 분쟁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인한 한중 무역갈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 수출규제 역시 대표적인 국가 간 분쟁 사례로 꼽힌다.

최근 불거진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으로 인한 반사이익은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 시장까지 확산 중이다.

인도에 진출해 있는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반사이익은 한국차도 일부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세계 세 번째로 큰 인도 차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점유율 2위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끊임없이 중국 업체들의 견제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국경분쟁으로 중국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상하이자동차가 영국 MG 브랜드를 인수해 인도에 내놨고, 장성자동차 역시 인도의 GM 공장을 인수해 현지 생산을 추진 중이지만 시장 경쟁력 확보가 불투명해졌다.

인도 현지에서 대놓고 “한국차 타도”를 외쳤던 중국 토종 차 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당분간 한국차가 반사이익을 통해 인도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타이어 수입국 및 수입액 현황.  (자료=코트라)
▲미국 타이어 수입국 및 수입액 현황. (자료=코트라)

◇미국서 타이어, 중국에선 고급차가 반사이익=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도 일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중국산 부품과 소비재의 미국 수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가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미국의 수입 타이어 시장이다. 무역분쟁 이후 미국 수입 타이어 시장에서 중국산이 단박에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자리는 베트남과 태국, 멕시코산, 그리고 한국산 타이어가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산 타이어는 지난해 미국 수입 타이어 시장 점유율 10%로 3위를 차지했다. 태국이 1위(17%)이고 이어 멕시코(12%)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규제 논란도 불거졌으나 국내 업계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작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한국산 타이어 수입 규모는 약 1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그러면서도 상대적인 점유율은 상승하는 등 긍정적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고급차 브랜드는 미국산 SUV를 중국으로 수입해 판매해 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이들이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에게 기회가 발생했다.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독일 고급차 브랜드는 미국산 SUV를 중국으로 수입해 판매해 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이들이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에게 기회가 발생했다.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자동차 업계는 거꾸로 중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 중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중국에 판매 중인 '주력 SUV' 대부분이 미국산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각각 미국 앨라배마와 스파르탄부르크 공장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보낸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와 혼다의 어큐라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는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이들의 중국시장 가격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앞세워 중국 고급차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동시에 '사드' 배치로 인해 판매부진에 빠졌던 현대ㆍ기아차도 미국차의 부침 속에서 재기를 모색 중이다.

◇일본 수출규제, 기술 자립 변곡점=일본의 수출규제 역시 대표적인 국가 간 무역분쟁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시작한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일본산 불매운동을 불러일으키면서 일부 국내 소비재 기업이 반사이익을 입기도 했다.

핵심 소재의 경우 일본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도 됐다. 중장기적으로 기술 자립도는 물론 부품수급 차질로 인한 생산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기업의 소재기술 자립도 향상의 기폭제가 됐다. 국가간 분쟁을 반사이익으로 뒤바꾼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의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기업의 소재기술 자립도 향상의 기폭제가 됐다. 국가간 분쟁을 반사이익으로 뒤바꾼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의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처럼 국가 간 분쟁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려와 경계를 내놓고 있다.

기업의 근본적인 제품 경쟁력으로 시장을 확대한 것이 아닌, 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시장 확대는 중장기 전략적 측면에서 자칫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반사이익으로 인한 시장확대가 단순히 수익 개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이를 통한 재투자가 제품경쟁력 확대로 이어져야 반사이익이 장기적으로 성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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