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알짜’ 자회사 두산솔루스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업종 특성상 전략적 투자자(SI)의 추가 등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지분 61% 매각과 관련해 스카이레이크와 협상 중이다. 두산솔루스는 그룹 지주사인 (주)두산과 박정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약 61%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지분을 7000억 원에 매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과 스카이레이크가 협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측은 지난 4월 협상 막바지에서 가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협상은 결렬됐다. 당시 지분 51%에 대한 매각 가격으로 스카이레이크는 6000억 원을 제시했으나 두산그룹은 최소 8000억 원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산그룹은 공개매각으로 선회해 대기업들을 상대로 매각에 나섰으나 예비입찰에 참여가 예상됐던 삼성·LG·SK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등 잠재적 원매자들이 대거 불참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채권단의 압박이 거세지자 두산그룹은 스카이레이크와 물밑접촉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재협상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솔루스 대주주 일가가 회사 지분으로 담보대출을 받은 게 있어 이에 대한 담보대출 상환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주)두산과 박정원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담보대출을 한 지분은 18.7%에 달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두산 입장에서는 회사 매각을 통해 담보대출 상환과 매각 시 양도세 납부 금액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최대한 높은 매각가를 받아 내려고 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써는 가격을 잘 쳐줄 만한 곳이 스카이레이크 말고 딱히 없지만, 스카이레이크가 제시하는 가격을 두산이 만족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동박·전지박 및 바이오 소재 전문업체인 두산솔루스는 그룹 내에서 알짜 자회사로 통한다. 두산솔루스가 생산하는 동박은 스마트폰에 많이 쓰이는데, 최근 전기차 배터리용 수요가 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장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설비투자(CAPEX·캐펙스)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종 성장세를 쫓아가려면 캐펙스투자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면서 “PEF가 회사를 인수는 할 수는 있어도 계속 설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가 있어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협상 막판 전략적 투자자(SI) 등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레이크가 두산과 이미 한 차례 협상을 진행한 터라 캐펙스 투자의 필요성 등을 모를 리가 없다”면서 “과거 ADT캡스 인수 때처럼 SI가 초반부터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막판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있다.
2018년 SK텔레콤은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보안업체 ADT캡스 지분 100%를 1조2760억 원에 인수했다. 이중 SK텔레콤은 7020억 원을 투자해 ADT캡스 지분 55%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당시 SK텔레콤은 일찌감치 ADT캡스 인수를 검토했으나 막판까지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할 경우 가격이 올라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때 전면에 나섰던 것이 FI였던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이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이러한 전략을 통해 예상 몸값의 3분의 1 가격에 ADT캡스를 인수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당장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잠재적 원매자들이 등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입사한 것을 두고 한화가 SI로 등판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그룹이 스카이레이크 산하 회사를 인수했던 전례도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2015년 한화그룹은 스카이레이크로부터 공장 자동화 솔루션 전문회사인 에스아이티(SIT)를 약 13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