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7만여 명에 피해 금액이 5조 원대에 이르렀던 ‘조희팔 금융사기 사건’에서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 불린 ‘해피소닉글로벌 사건’과 ‘IDS 홀딩스 사건’, ‘백테크 다단계 사기 사건’, 최근의 ‘라임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루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유사수신행위’란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이나 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외형적으로는 투자회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비상장주식, 금융상품, 신규사업 투자를 유도하고, 주로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유사수신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막을 수 없고, 피해가 발생한 후엔 이미 늦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의 방식이어서 피해자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수사가 이뤄질 정도면, 이미 엄청난 수의 피해자가 양산된 이후다.
유사수신 피해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피해자들에게도 잘못이 있다’라는, 유사수신 피해자에 대해 일확천금을 노리고 욕심을 부리다 당한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러나 유사수신 범죄로 인한 피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 정상적인 투자 상품으로 포장하고 다단계 방식으로 접근해 홍보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가족, 친구, 지인의 추천을 그대로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깨닫는 순간,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실제로는 존재하기 어려운 ‘고수익률, 원금보장’이란 말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히 보고 듣고 있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고 있는지 모른다.
유사수신 피해자들이 대부분 서민인 것도 큰 문제다. 유사수신 피해자 중 대부분이 빚더미에 나앉아 가정이 파탄 나고, 더 나아가 극단적 상황에까지 내몰리기도 한다.
금감원에서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작년 한 해 ‘유사수신’ 관련 상담 및 신고 건수가 482건이었지만 수사 의뢰 건수는 186건에 불과했다. 피해자 및 범죄 혐의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사수신 범죄의 처벌 수위를 강화해 범죄억지력을 높이고,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해법이 절실한 때다.
유사수신행위는 무등록 수신행위에 대한 처벌이기 때문에 형법상 재산범죄가 아니고, 그 자체에 기망행위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중처벌이 적절하지 않다거나 하는 견해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유사수신 범죄는 분명히 재산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이고, 피해자가 기망행위를 증명하기 어려운 범죄일 뿐이다.
유사수신 피해 규모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일부 개정안과 유사수신행위를 중대범죄에 포함시켜 재산 등의 은닉 및 가장 등을 처벌하고, 이를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바 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 들어 ‘특경가법 개정안’은 이미 발의했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유사수신 행위의 피해자가 대부분 서민이고, 가정경제를 파탄으로까지 몰고 가는 범죄는 민생범죄로 엄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 민생중심의 정치,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는 21대 국회답게 제도 개선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