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뿌리산업의 범위를 10년 만에 전면 개편, 기존 6개 뿌리 기술에 3D 프린팅·로봇 등 8개를 더해 14개로 확대한다. 새로운 뿌리산업 지원체계를 마련해 뿌리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뿌리 4.0 경쟁력 강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뿌리산업은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품질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기존에는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등 금속 소재 중심의 6개 공정기술을 뿌리기술로 지칭했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뿌리 소재 범위를 기존 금속을 포함해 플라스틱, 고무, 세라믹, 탄소, 펄프 등 6개로 늘렸다.
부품·장비를 만들 때 소재 가공기술인 뿌리기술은 △사출·프레스 △3D프린팅 △정밀 가공 △엔지니어링 설계 △산업지능형 SW △센서 △로봇 △산업용 필름 및 지류 등 8개 추가해 14개로 확대 확대했다.
이에 따라 뿌리 기업 대상도 3만개에서 9만개로 늘어난다.
뿌리기술 범위를 전면 개편한 것은 2011년 뿌리산업 진흥법 제정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개편 내용을 반영해 뿌리산업 진흥법을 '차세대 뿌리산업 진흥법'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개편 배경에 대해 "현재 뿌리 기업 생산액 중 70%가 자동차·기계 등 주력산업에 의존하며, 대부분 기업이 영세해 기술 혁신 역량이 부족하고 외부 변화에도 취약한 편"이라며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을 반영해 새로운 지원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현재 1000억 원인 신성장기반자금 뿌리 기업 대출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숙련된 외국인 인력이 장기체류할 수 있게 비전문 비자(E-9)에서 숙련기능인력 비자(E-7-4)로 전환할 때 필요한 고용추천서 발급 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우수 뿌리 기업을 중심으로 발급했다면 영세업체까지 발급 대상을 확대한다.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발급할 때 뿌리 기업 외국인 종사자를 위한 전용 쿼터(50명)도 신설한다.
업종별 맞춤형 대책도 마련했다. 인력난을 겪는 용접 분야에선 3년간 8000여명의 용접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폐수처리 등 환경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표면처리업종을 위해선 공동폐수시설구축을 확대한다.
신소재 4개 분야는 실증지원을 늘리고, 로봇 등 하이테크형 뿌리기술은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에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는 뿌리산업의 수급 안정을 위해 '밀크런(Milk Run)'도 도입한다. 밀크런은 업계가 공동으로 자재를 구매하거나 물류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우유 회사가 축산 농가를 돌면서 우유를 거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를 위해 뿌리 기업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원자재 공동구매 대상 품목과 수입국, 제3자 물류 기관 등 사전 수요 조사를 할 예정이다. '밀크런 추진 TF'도 꾸려 1~2개 품목을 선정한 뒤 내년에 시범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베트남 등 신남방 국가와 밀크런 조달 체계도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외에 뿌리산업의 주요 경쟁 요소인 기술, 공정, 입지, 인력 등을 첨단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전문 인력 양성에도 나설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뿌리기술의 경쟁력 강화는 소부장의 대응 역량 확대로 이어져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독일 등 선진국처럼 뿌리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군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