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언택트 교육이 ‘기회’가 된 곳도 있다. 바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이 대표적인 예다. 이유재<사진>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코로나19 위기는 경영학에서는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하자 MBA 수업을 대거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나선 중심인물이다.
이 학장은 “경영학의 가장 기본은 사람 간의 ‘팀워크’와 ‘네트워크’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 교육과 경영학의 만남은 ‘네트워킹’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다” 강조했다. 무슨 이야기일까.
서울대 MBA는 2006년 출범한 ‘한국형 MBA’의 대표 주자다. 다른 대학과 비교할 때 과정이 세분화돼 있거나 다양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 대신 서울대 MBA의 저력은 글로벌 경쟁력에서 나온다. 실제로 예일대, 옥스퍼드대, UC버클리 등 글로벌 대학 32개가 참여하고 있는 ‘선진경영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GNAM·Global Network for Advanced Management)’에 국내 유일의 회원 대학으로 참여하고 있다.
GNAM 회원 대학은 MBA 학생들을 상호 초청해 심화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별로 지역과 국가의 특색에 맞는 주제를 선정해 해당 국가의 경제·경영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강의와 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또, 각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기관을 방문하고 각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회원 대학이 참여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학장은 “항상 모든 대학이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는데 지난 5월 진행된 GNAM 회의에서 최초로 모든 회원 대학이 참여했다”면서 “언택트로 프로그램과 회의가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강의는 ‘포스트 코로나’에 지역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온라인 강의가 지닌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서는 잠재력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일부 언택트 교육이 부정적인 상황에 부딪히는 것에 대해 그는 “언택트 교육은 강의제작 도구, 실시간 수업 도구, 온라인 평가 시스템 등 인프라도 필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에 맞는 교육과정과 인식 변화”라며 “교수자나 학습자 모두 디지털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식별 혹은 판독 능력)’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택트 교육은 대학이 한 단계 발전할 절호의 기회이고 시작”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수업 내용을 구겨 넣을 게 아니라 새로운 수업 방식과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