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신한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진 행장은 은행 데이터본부장과 금융지주 디지털 관련 부서 임원과 함께 150분간 토론을 벌였다. 디지털에 관심이 높은 진 행장은 그동안 데이터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진 행장은 “신한의 1등 DNA를 데이터 사업에서도 발휘해 달라”고 강조했다. 진 행장은 내달 마이데이터 사업 정식 허가를 앞둔 시점에서 신한은행만의 차별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승산이 있다는 점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임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진 행장은 직접 전하고 싶은 말을 보드판에 적으며 데이터 사업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4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추진한 디지털 후견인 제도 아래 진 행장은 그룹 AI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진 행장은 최근 LG유플러스 CJ올리브네트웍스와 손잡고 데이터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금융 데이터와 통신·유통 데이터를 융합해 데이터 사업을 선도하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3사는 빅데이터 협업의 첫 번째 결과물로 ‘서울시 상권별 거주자 소비성향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또 최근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은행권 최초로 참여하며 가명 처리한 고객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유상으로 판매하는 신사업에 진출했다. 현재 신한은행이 판매하는 데이터는 서울시 지역단위 고객의 소득과 지출, 금융자산 등 정도다. 내달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앞두고 차별적인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는 기존 은행, 보험, 네이버, 토스 등 금융 IT 업체들이 청사진을 밝혔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은행·카드·보험 등으로부터 똑같은 데이터를 공유한 상황에서 다른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연결’을 주제로 마이데이터 사업 전망에 대해 발표한 네이버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네이버 통장’을 선보이며 금융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하반기 본격화되는 마이데이터 시장에서도 네이버가 가진 막강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존 금융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에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네이버를 견제하면서도 협업하는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세대별·고객별 대상을 세분화해 차별성을 확실히 하겠다는 각오다. 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은 “어느 정도 대표성이 있는 금융사 간의 데이터 거래는 의미가 없고, 통신·유통 같은 이종 산업간 데이터 결합이 활성화해야 가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며 “결국은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금융회사의 현재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