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국공 사태’를 바라보며

입력 2020-06-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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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보안요원 1900여 명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을(乙)과 을의 싸움이 구직청년들과 정치권에서 ‘공정’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구직청년(취준생)들은 ‘알바(아르바이트) 로또취업’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보안검색 노조는 “정규직 채용 일자리와 상관없으며 체계적인 교육과 전문성을 지닌 항공보안전문직으로 알바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공정’ 프레임으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인국공 사태’를 “취준생들의 기회를 뺏고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면서 “여당은 평등, 공정이라는 단어를 교묘히 빌려 ‘청년들 기득권’으로 낙인찍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이 정쟁의 불씨를 댕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자칫 ‘불공정 프레임’에 갇혀 청년들의 분노를 걷잡을 수 없이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당내 과격 발언이 나오면서 사실상 정쟁 속에 뛰어든 모양새다.

최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다”며 “서울 명문대 출신이나 고스펙 청년들은 연봉 3500만 원짜리 보안검색원에 취직하지 않으려고 하고, 생계 걱정 없이도 5~10년 취업 준비만 할 수 있다”고 밝혀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특히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봉 차이가 두 배 이상 나는 게 정당한지는 우리 사회가 답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국회의원 세비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국공 사태’는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와 보안검색 직원 노조 간에 향후 단체협상 주도권을 놓고 갈등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총액 인건비 규정을 고치지 않는 이상 보안검색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면 기존 정규직이 역차별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보안검색 직원이 무임승차했다고 비난하기에는 또 문제가 있다. 애초 인국공의 전신인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 시절 특채로 공사 직원을 채용했을 때 과연 공정성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당시 공기업 특채는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른 국가기관이나 공기업에서 공채시험 발표 전 이미 내정된 합격자가 있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었다.

또 인국공 사태에서 취준생에게 단순히 직군이 달라 일자리를 뺐지 않는다고 여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무시한 처사다. 취준생들이 분노하는 것은 취업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분노다. 물론 김두관 의원의 말처럼 시험에 합격했다고 연봉을 더 받는 것이 불공정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현실은 사회 구조적으로 그렇게 해 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기업 취업 비리는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준생이 주장하는 ‘불공정 역차별’은 이해할 만하다.

이번 사태로 취준생들이 부러진 연필 그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는 ‘부러진 펜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불공정 역차별’과 취업 시장에서 만연한 사회층 비리에 대한 분노가 터진 것이다.

여당 의원들의 주장처럼 단순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봉 차이가 두 배인 것이 불공정이면 노조가 반대하는 직무급제 개편에 먼저 칼을 들이대면 된다. 또 여당 의원들의 주장대로라면 올해 국회의원 세비도 1억5187만 원에서 1인당 GDP 기준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과 비교할 때 7000만~8000만 원 수준으로 낮춰야 불공정을 개선할 수 있다.

이번 인국공 사태를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나 가짜뉴스로 인한 취준생의 오해로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 공정성 문제를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기존 노조와 사회 지도층에 끌려가는 노동 정책은 결국 청년층의 분노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개헌 빼고 다할 수 있는 슈퍼 여당이 우리 사회 불공정을 뿌리 뽑을 수 있는 현실적 정책과 법안을 내놓아 다시는 을과 을의 싸움이라는 ‘인국공 사태’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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