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약탈적 ‘고리대금’, 비상식에 대하여

입력 2020-06-24 05:00 수정 2020-06-2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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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이자를 내야 한다. 이것은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상식이다. 그러나 이자로 내는 돈이 원금보다 훨씬 더 많다면, 갚아도 갚아도 빚이 계속 쌓여만 간다면 이것을 상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사회 구조에서는 도저히 상식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에서는 ‘대부업·고리대금업·불법 사금융’으로 지칭되는 금융거래가 법 테두리 안과 밖에서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현행 이자제한법상의 최고이자율 관련 규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을까. 대부업법은 서민금융 중개라는 미명 아래 경제적으로 몹시 곤궁한 처지의 빈곤계층의 고혈을 빨아 잇속만 챙기고 있지 아니한가. 우리 사회의 낙후된 이자 제한 범위에 대한 사견이 23일 정부의 ‘불법사금융 근절방안’ 발표에 다시금 상기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상대로 정부·공적지원을 사칭한 불법사금융 시도가 증가하자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해 척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불법사금융 이득제한, 처벌 강화를 포함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말까지를 ‘불법사금융 특별근절기간’으로 선포, ‘예방·차단-단속·처벌-피해구제-경각심 제고’ 전 단계에 걸쳐 즉각적인 조치를 추진키로 했다.

이번에도 범정부 차원의 불법사금융 근절 대책이다. 다소 연례행사처럼 여겨지지만, 이번 기회에 철저히 단속하는 건 물론 더욱 효과적인 근절방안이 되길 바란다. 누구나 알고 있는 대부업의 문제는 살인적인 이자율이다. 지난 4월 최고 3만1000%의 고금리 불법 대부행위를 일삼아 온 불법 대부업 조직 ‘황금대부파’가 적발됐다. 이들의 연 이자율은 최고 3만1000%, 피해자는 3610여 명에 이르고 대출 규모 및 상환금액은 35억 원에 달했다.

법적으로 약탈적 금융을 벗어나고자 2002년 시행된 대부업법은 최고이자율을 규제하는 방식을 도입해 이를 초과하는 이자약정을 무효로 했다. 당시 최고이자율은 연 66%였으며, 이는 사금융 관행이 월 이자 개념으로 대출하는 것을 반영해 월 5.5%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후 최고이자율은 49%, 39%로 낮아지고 재작년엔 24%로 낮췄다. 이번 정부의 대책 핵심은 무등록 대부업자가 받을 수 있는 법상 이자 한도를 현행 24%에서 6%로 낮춘 것이다.

현재 무등록 대부업자는 영업 자체가 불법인데도 대부업법상 합법적 금융업자와 같은 수준의 최고금리(24%)를 받을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조치다. 이를 놓고 정부는 원금 이외에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법체계와 연관성, 과잉 금지 원칙 등을 고려해 6%로 정했다고 밝혔다.

과정이야 어쨌든, 이번 정책은 실효성이 불법을 적발했을 때 얘기다. 과거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도움을 청했지만, ‘증거 부족’이란 명목으로 별다른 해결책을 얻지 못했다는 사례가 많았다. 불법사금융 시장 추산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알 수 없다. 불법 대부업은 음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 규모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대부업 정책금융의 그늘에 대한 우려가 깊다. 대부업체마저 없다면 제도권 금융에서 내쳐진 빈곤층이 어디서 돈을 구해 연명해 갈 수 있겠느냐며 불가피함을 옹호한다. 이들은 최고이자율 제한에 대해 부정한다. 또 고리의 이자율을 시장 자율의 결과라고 한다. 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리기 점차 어려워지자, 불법 사채 시장의 덩치가 더 커졌다면서다.

서민들의 피눈물을 먹고 생존하는 약탈적 대출은 비상식이다. 정부는 현실과 이론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만들고, 이자 수취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순 없다 할지라도 고리대 이자의 폐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이론만 집작하는 대책은 ‘죽은 ’ 것이다. 천민자본주의적 인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이자제한 범위의 본질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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